'태풍 힌남노' 피해 포항주민들, 시청·건설사 상대 1심 패소

입력
2024.11.13 15:31
"아파트 공사로 물길 바뀌어 큰 피해"

2022년 슈퍼 태풍 '힌남노'로 인해 큰 피해를 본 경북 포항시 주민들이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물길이 바뀌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며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부장 박사랑)는 권모씨 등 포항시민 14명이 포항시, HDC현대산업개발, 미르도시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3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구체적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다.

2022년 9월 6일 경남 거제시 부근에 상륙한 태풍 힌남노는 약 2시간 30분 만에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비교적 짧은 시간 한반도를 지나가 수도권을 비롯한 내륙 지역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강력한 중심기압으로 강풍을 몰고 와 경북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특히 포항시엔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물폭탄이 쏟아지며 하루에만 342.4㎜의 비가 내렸다. 포항에서 태풍으로 인한 강수량으론 1998년 '야니'에 이은 기록적 폭우였다. 남구에 위치한 냉천이 범람해 포스코 제철소가 침수됐고,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9명이 사망했다.

냉천 지류인 용산천의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주민들은 시와 시행사, 시공사를 상대로 5억1,000만 원대 소송전에 돌입했다. "포항시가 대단지 아파트 신축공사를 허가하면서 직선이던 용산천을 직각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강물이 냉천으로 곧장 합류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게 주장의 핵심이다.

이 사건의 1심 소송은 주민들의 패소로 결론 났지만, 지자체의 관리책임을 인정한 다른 법원 판결도 있다.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힌남노로 붕괴된 도로에서 추락해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경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지난해 8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한편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참사를 수사한 검찰은 올해 2월 냉천 상류지점 저수지 관리자 4명과 아파트 관리자·경비원 5명 등 9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1심 재판은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진행 중이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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