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교육, 이민,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뒤엎으려는 행보를 벌써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제시했던 공약은 물론, 관료 인선과 주변의 전언에서 느껴지는 조짐도 뚜렷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바이든만 아니면 된다(Anything But Biden·ABB)'는 기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가 '완전한 폐지'를 원하는 연방 부처로 교육부를 꼽으며 그 의미를 조목조목 짚었다. WP는 "트럼프와 많은 공화당원은 교육부가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며, '워크(woke·깨어있다는 뜻으로 진보 의제를 상징)' 문화 전쟁의 도구라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내내 '연방 교육부 폐지'를 주장했다. 연방정부가 아니라 각 주(州)에서 교육 정책을 전담하면 된다는 논리다. 물론 지금도 주정부가 교육 정책 대부분을 결정하지만, 교육부는 연방 자금을 지원받는 학교 내의 '인종·성별 및 기타 요인에 따른 차별 금지'를 감독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반감은 이 부분에 있다.
다만 교육부 폐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체 의석 100석인 상원에서 찬성 60표를 얻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로 공화당이 얻은 상원 의석은 53석(12일 기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라 의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 교육 정책 뒤집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진보 진영이 주도한 소수자 관련 정책을 다수 폐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유세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비판적 인종 이론, 젠더 이념 등을 강요하는 학교나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기금을 삭감하고,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트랜스젠더를 지칭)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학자금 대출 탕감'이 칼질을 당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이 정책을 "열심히 빚을 갚아 온 사람들에게 매우 불공평하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트럼프 당선자가 예고한 '강경 보수 정부'의 청사진은 다른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1호 공약인 '반(反)이민 정책'에 힘을 싣는 게 대표적이다. 외교·안보와 더불어 반이민·국경 정책을 주도할 인사 임명이 그렇다. 국경 단속 정책을 펼 국토안보부 장관에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백악관 부비서실장에는 집권 1기 시절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이끈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각각 낙점했다.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수지 와일스)에 이어 두 번째 인선 발표 주인공이었던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CE) 국장 직무대행을 국경 정책 책임자로 발탁하면서 언급한 직책명도 '국경 차르(border czar)'였다.
바이든 정부의 '환경 보호' 노선도 확 비틀 게 확실하다. 환경보호청장(EPA)에는 리 젤딘 전 연방 하원의원이 지명됐는데,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높은 충성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후 위기 부정론자인 트럼프 당선자의 2기 정부에서 EPA는 '환경 보호'보다 '규제 완화'에 주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소한 행정명령 복구도 이미 예고됐다. 미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정치자금 기부자들의 비공개 행사에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가 '트럼프 취임 즉시 행정명령으로 집권 1기 정책을 복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국경, 기후 등 정책의 '유턴'이 유력하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1기' 행정명령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국가에서의 입국 금지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을 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