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앙고 3학년 5반 교실. 금건우 담임 교사가 한 학생의 손을 잡고 결연한 표정으로 힘을 불어넣었다. 금 교사가 고3 학생들을 맡은 건 어느덧 햇수로 세 번째. 3년차 고3 담임이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아직도 수능 고사장으로 아이들을 떠나보낼 때 느끼는 긴장감과 간절함은 도통 무뎌지지 않는단다. 금 교사는 "정말 학생들이 내일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며 "특히 우리 반, 내 수업을 열심히 들은 친구들을 응원한다"고 외쳤다.
수능을 하루 앞둔 이날 중앙고 3학년 교실에선 수험표 배부가 한창이었다. 하나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교탁 앞으로 나와 수험표를 받아 든 학생들의 얼굴엔 굳은 의지와 긴장이 동시에 읽혔다. 선생님이 직접 쓴 편지와 초콜릿, 핫팩 등이 든 선물 꾸러미를 받은 학생들은 '내일을 잘 이겨내자'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수험번호와 선택과목 등이 적힌 수험표를 손에 쥔 학생들은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현석(18)군은 "시험 당일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며 "컴퓨터공학과에 꼭 진학하고 싶은데 국어 시험에 자신이 없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모의고사를 정말 많이 풀었는데 꼭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명준(18)군은 "요즘 재수생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는 첫 수능이라 분위기에 눌릴 것 같다"며 "그간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내일 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담임 선생님의 기를 전달받은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서니, 후배들의 우레와 같은 응원 함성이 쏟아졌다. 건물 입구부터 정문까지 펼쳐진 레드카펫 양옆에서 붉은 옷을 입고 도열한 1·2학년 후배들은 선배 한 명 한 명이 지나갈 때마다 손뼉를 치고 환호했다. 북을 두드리고 나팔을 부는 것은 물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교가를 부르기도 했다.
1학년 학생들은 연신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등 끊임없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승훈(16)군은 "오늘 선배들을 위해 최대한 큰 목소리로 교가를 불렀다"며 "실수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서 다들 원하는 대학에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옆에 선 친구 정한결(16)군도 "내일 찍는 문제들이 전부 정답이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바로 '다음 타자'인 2학년 학생들은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이믿음(17)군은 "1학년 때는 그냥 응원만 했는데 지금은 내 일처럼 조바심이 든다"며 "긴장한 선배들을 보니 수능이 정말 중요한 시험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군은 선배들을 향해 "좋은 결과 내서 우리 내년엔 절대로 시험장에서 같이 보지 말아요"라고 당부했다.
이날 중앙고엔 수험표를 발급받기 위해 모교를 다시 찾은 N수생(재수 이상 고교 졸업생 응시자)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마냥 긴장한 낯의 고3 학생들과 달리, 경험자인 이들에게선 더 이상 미련과 후회가 없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졸업생 박성재(19)군은 "작년과 달리 올해는 할 만큼 했으니까 떨리지 않는다"며 "쫄리면 망하는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군과 함께 학교를 방문한 친구 권희상(19)군도 "시험은 다 기세니까, 잘 나오든 안 나오든 후회 없이 멋있게 치고 오겠다"며 "드디어 10대 시절을 놓아줄 수 있다는 생각에 후련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대학에 가면 드디어 꿈과 관련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