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혼돈의 겨울'을 맞게 됐다. 2021년 9월 총선으로 출범한 뒤 주요 정책마다 갈등을 반복해온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가 끝내 붕괴하면서 독일 연방의회 차기 총선이 내년 2월 23일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독일 디차이트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다음 달 연방의회에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를 부칠 계획이다. 다음 달 16일 재신임 투표에서 의회가 숄츠 총리를 불신임한 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선언하는 수순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숄츠 총리가 사실상 조기 총선을 전제로 한 신임 투표를 자청한 건 지난 6일 숄츠 총리가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부 장관을 해임하며 소수 정부가 됐기 때문이다.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의 경제 정책에 연립 정부 파트너인 중도우파 성향 자유민주당(FDP) 소속 린드너 장관은 줄곧 반기를 들어왔고 내년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 이러한 갈등이 폭발했다. SPD와 녹색당 의석수가 전체 의석(733석) 중 324석에 불과해 과반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는 입법 진행이 어렵다.
현재로서는 중도보수 성향인 제1야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총선 승리가 점쳐진다. 8~11일 진행된 여론조사기관 인사 설문에서 CDU·CSU 연합 지지율은 32.5%로 1위였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CDU·CSU는 조기 총선을 통해 비교적 강력한 현재의 지지 흐름을 이어갈 수 있고 경쟁자들(SPD·녹색당·FDP)이 재건할 수 있는 시간도 덜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CDU·CSU가 지지율 2위인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과의 협력에 완전히 선을 긋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율 3위인 SPD와 좌우 연정을 꾸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독일의 정치적 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로 미국이 정권을 이양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내부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관세 상향 조정 등 대(對)유럽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주도면밀하게 대응할 힘이 빠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유럽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독일의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것이기도 하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기여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