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 최대 유망주 "세상 떠난 할아버지와 누나 덕분에 버텨"

입력
2024.11.13 15:32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와 누나는 내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록 도와주고 있다."

미국 대학 미식축구리그 볼링 그린 팔콘스에서 활약 중인 해럴드 패닌 주니어에게 가족은 특별한 의미다. 그는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리기 위해 항상 손목 고정 테이프 오른쪽에는 할아버지 기일인 7/26을, 왼쪽에는 누나의 기일인 10/23을 적은 채 경기에 임한다.

타이트 엔드(공격의 리시버 역할과 수비의 블로커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를 맡고 있는 패닌은 2025 미국 프로미식축구 리그(NFL) 신인 드래프트 최대 유망주로 꼽히는 선수다. 동일 포지션 내 1순위로 평가받으며 상위 라운드 지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패닌은 지금 실력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지탱한 건 할아버지와 누나에 대한 추억이라고 밝혔다.

할아버지는 패닌이 미식축구를 하는 이유였다. 일이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매일 그를 연습장까지 데려다주고, 일요일마다 함께 NFL 경기를 볼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나 패닌이 13살이 됐을 때 그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시점에는 암으로 인해 누나와 이별해야 했다. 가족들은 패닌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누나의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아 왔기 때문에 당시 충격이 더 컸다고 전했다.

소중한 가족을 둘이나 떠나보낸 패닌에게 운동은 휴식처였다. 매일 할아버지와 누나를 떠올리는 그는 "미식축구를 할 때면 다른 게 생각나지 않는다. 모든 잡생각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가족과 추억을 발판 삼아 운동에 매진한 패닌은 지난 6일(현지시간) 리셉션(쿼터백의 패스를 성공적으로 받아 내는 것) 부문에서 단일 시즌 학교 신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매년 미국 최고의 타이트 엔드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인 매키 어워드 최종 후보자 8인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는 이달 26일 발표된다.

다가오는 2025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NFL 전체 32개 팀은 패닌의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그는 '리시버가 패스를 성공적으로 받아낸 후 공을 들고 추가로 전진한 거리'를 뜻하는 야드 애프터 캐치(YAC) 전국 1위를 기록 중이다. YAC는 민첩성, 상대 수비를 피하는 실력 등을 나타내 리시버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로 사용된다. 패닌은 이 외에도 리시빙 야드(리시버가 패스를 통해 얻은 총 전진 거리) 3위, 리셉션 4위에 올랐다.

심이주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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