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35명의 사망자를 낸 '주하이 무차별 차량 돌진' 사건 용의자가 이혼 뒤 재산 분할 불만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치안 강국으로 평가됐던 중국에서 무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며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직접 나서 "사회 안정"을 강조했다
1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번 사건과 관련, "분쟁을 해결하고 극단적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며 "인민의 생명과 사회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12일 지시했다. 또한 "가해자를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고, 모든 관련 당국은 이번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위험을 원천 예방·통제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7시 48분(현지시간) 광둥성 주하이시 한 대형 체육센터에서 판모(62)씨가 운전한 소형 차량이 행인 수십 명을 들이받고 도주했다. 이로 인해 3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주하이시 공안국은 "이혼 뒤 재산 분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용의자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민간인 37명이 사망한 2014년 신장위구르자치구 칼부림 테러 사건 이후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참사"라고 전했다.
시 주석이 대형 재난 사건 발생 시 특별 지시를 내린 적은 많지만, 특정 강력 범죄에 공개적 반응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사건의 사상자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 불만에 따른 범죄가 자칫 사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탓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선 이번 사건과 유사한 강력 범죄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 9월 상하이의 한 마트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으로 3명이 숨졌고, 같은 달 산둥성 타이안시에선 스쿨버스가 돌진, 1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3명의 사망자를 낸 상하이 지하철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지난해 11월 광저우시에서 6명의 희생자를 낸 고의 차량 충돌 사건도 있다. 개인적 불만이나 원한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향해 표출한 '묻지마' 범죄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 주석까지 나서 갈등 해소를 촉구한 것은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지도부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중국 당국은 당초 사건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번 사건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하지만 검열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실이 일파만파 퍼지자 관영 언론 등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 의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대응 방식을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