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초창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기여에 대해 "매우 고맙다"는 입장을 돌연 밝혔다. 오픈AI를 공동 창업한 올트먼과 머스크는 오픈AI의 행보에 대한 이견이 커지면서 절연했고, 현재는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최근 둘의 관계가 워낙 나빴던 터라, 올트먼의 감사 인사 표명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트먼의 깜짝 발언은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된 개리 탄 와이 컴비네이터 대표와의 인터뷰 도중 나왔다. 와이 컴비네이터는 실리콘밸리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 업체)로, 올트먼은 과거 이 회사 대표를 지냈다.
올트먼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지금이 창업가들에게 유리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모바일, 인터넷, 반도체 혁명 등 주요 기술 전환기 때마다 이전보다 많은 사업적 기회가 생겼고, AI 혁명 초창기인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어 자신이 오픈AI를 설립했던 때를 회상하던 중, 짧게 머스크를 언급했다. 올트먼은 "오픈AI 초창기에 (머스크가) 자금을 지원해 준 데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2016~2020년 오픈AI에 4,400만 달러(약 62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인 감사 인사로 볼 수도 있겠으나, 최근 둘의 관계를 감안하면 올트먼의 발언이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머스크는 지난 8월 오픈AI와 올트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오픈AI에 투자했던 건 이 회사를 비영리 단체로 인지했기 때문인데, 이후 올트먼 등이 영리 활동을 했다며 "나를 조종하고 속였다"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이에 오픈AI 측은 머스크가 AI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선두 기업인) 오픈AI를 괴롭히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소송전 돌입 이후 올트먼이 머스크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대선 승리를 계기로 머스크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을 때 올트먼이 새삼 감사를 전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머스크에게 밉보인 오픈AI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머스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화해 제스처를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는 12일 머스크가 차기 행정부에서 신설될 '정부효율부'를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