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 성공" 비트코인 폭등에 미소 짓는 나라 어디?

입력
2024.11.12 19:00
최초로 법정화폐 도입한 엘살바도르
2년 전엔 900억원대 손실 기록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90% 수익률 추정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미소 짓는 나라가 있다. 3년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다. 국가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했던 엘살바도르는 2년 전만 해도 60%대 손실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상당한 수익을 기대하는 입장이 됐다.

11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대통령 직속 비트코인 사무소(ONBTC)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현재 5,930.77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 고점(1비트코인=8만8,413달러)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자산 가치는 약 5억2,428만 달러(약 7,381억 원)에 달한다.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가 추정한 엘살바도르의 미실현 수익률은 90%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엘살바도르 입장에서 이 같은 수익률은 격세지감이다. 정부는 정확히 2년 전엔 64%의 손실을 보고 있었다. 당시 손실액은 6,837만 달러(약 910억 원)에 육박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엘살바도르가 투자 실패의 여파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지난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가상화폐 관련 정책을 재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오히려 "싸게 팔아줘서 감사하다"며 추가 매수를 지시했다. 경제난에 빠진 엘살바도르 국민 10명 중 7명이 "비트코인 매입을 위한 공적 자금 지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가상화폐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다 지난 6일 미국 대선에서 '가상화폐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 짓고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사무소는 11일 엑스(X)에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은 24시간 만에 법정화폐 가치를 2,500만 달러(약 351억 원) 가까이 끌어올렸다"며 "'퍼스트 무버(선도자)' 국가는 성공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12일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8만9,441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 무렵 1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