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생명 존중 마약 근절 언론공익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렇게 강조했다. 나날이 증가하는 자살, 급속히 확산하는 마약 중독은 전 사회적 문제라 언론을 포함한 공동체가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교육학 박사)은 "한 명이 자살하면 가족 등 평균 6명 이상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그들의 고통은 평생을 간다"며 "자살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특히 젊은층의 자살 증가는 심각하다"고 짚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0~24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평균 5.9명인 반면 한국은 무려 12.4명이다. 전 세계 청소년 자살률은 감소하는데 우리는 급속히 늘고 있다. 심지어 10~30대는 지난해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하 원장은 "지금 우리는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사람들을 건지느라 정신이 없는데, 상류에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오래 현장에 있다 보니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자살을 막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자살 대신 '극단적 선택' 등의 대체 용어를 쓰는 언론에 대해서는 "보도가 불가피하다면 선택이란 의미보다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개인적 소견을 밝혔다.
'중독치료의 대모'로 통하는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도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조 교수는 "마약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어 우리도 5년 후면 중독자들이 거리를 뒤덮은 미국처럼 될 수 있다"며 "마약 중독은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는데, 센터만 만들고 있는 게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독 사회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가정의 가치 회복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학대당하거나 방치된 아이들은 제대로 자랄 수 없는데, 현장에서 중독자들을 들여다보면 온전하게 큰 사람이 없더라"며 "올바른 가치관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문제의 시작점부터 갈아엎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규(한국일보 콘텐츠본부장)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은 "생명 존중 확산과 언론의 역할을 되돌아보기 위해 4년째 자살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며 "자살 보도 시 용어 사용 문제는 협회 차원에서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