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자살·중독... "하류에서 구조에 급급, 상류에서 해결책 찾아야"

입력
2024.11.12 17:20
24면
신문방송편집인協, 12일 언론공익 세미나
자살·중독 실태 및 대책, 보도 방향 논의



"자살과 중독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극복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생명 존중 마약 근절 언론공익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렇게 강조했다. 나날이 증가하는 자살, 급속히 확산하는 마약 중독은 전 사회적 문제라 언론을 포함한 공동체가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상훈 생명의전화 원장(교육학 박사)은 "한 명이 자살하면 가족 등 평균 6명 이상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그들의 고통은 평생을 간다"며 "자살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특히 젊은층의 자살 증가는 심각하다"고 짚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0~24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평균 5.9명인 반면 한국은 무려 12.4명이다. 전 세계 청소년 자살률은 감소하는데 우리는 급속히 늘고 있다. 심지어 10~30대는 지난해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하 원장은 "지금 우리는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사람들을 건지느라 정신이 없는데, 상류에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오래 현장에 있다 보니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자살을 막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자살 대신 '극단적 선택' 등의 대체 용어를 쓰는 언론에 대해서는 "보도가 불가피하다면 선택이란 의미보다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개인적 소견을 밝혔다.

'중독치료의 대모'로 통하는 조현섭 총신대 중독상담학과 교수도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조 교수는 "마약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어 우리도 5년 후면 중독자들이 거리를 뒤덮은 미국처럼 될 수 있다"며 "마약 중독은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는데, 센터만 만들고 있는 게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독 사회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가정의 가치 회복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학대당하거나 방치된 아이들은 제대로 자랄 수 없는데, 현장에서 중독자들을 들여다보면 온전하게 큰 사람이 없더라"며 "올바른 가치관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문제의 시작점부터 갈아엎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규(한국일보 콘텐츠본부장)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은 "생명 존중 확산과 언론의 역할을 되돌아보기 위해 4년째 자살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며 "자살 보도 시 용어 사용 문제는 협회 차원에서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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