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이 열렸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담은 현행법이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탄소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거다. 헌법재판소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한다며 2026년 2월까지 정부와 국회가 해당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국회는 기후에 대한 책임이 크다. 총선 기간 여야는 22대 국회를 '기후 국회'로 만들겠다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대표적 공약이 '기후특위'를 상설화하는 일이다. 기후특위는 21대 국회에서 임시로 운영된 바가 있지만 관련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이나 법안을 발의할 권한이 없어서 사실상 '힘'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활동 기간 동안 공식 회의는 여섯 번밖에 열리지 않았고 주요 부처에서 회의에 불참하거나 질의 없이 형식적인 회의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22대 국회에서 기후특위를 상설화하고 예산과 법안을 심사할 권리를 준다는 이소영 의원의 결의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안에서 활발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결의안의 핵심은 기후특위에 입법권과 예산 심사권을 부여해서 관련 법률을 종합적 관점에서 심사할 수 있게 하는 거다. 지금의 국회는 정부 부처와 연결된 상임위 단위로 예산이나 법률 심사를 하다 보니 기후와 관련 예산도 특정 부서의 환경 정책, 경제 정책, 에너지 정책 등으로 쪼개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집행하는 기후 예산의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필요한 영역에 골고루 쓰이고 있는지 검토하고 조정할 기구가 없다. 내년도 예산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도 온실가스 인지 예산제가 '감축'에만 집중하고 '배출' 규제에 소홀하다는 한계 등이 드러나고 있지만 당장에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
국회 내에서 관련된 목소리나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 기후특위 상설화를 요구하는 초당적 의원들의 기자회견이 지난 5월, 9월 두 차례나 진행됐다. 기후특위 상설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 등 원내 모든 정당 의원이 참여해 기자회견을 두 차례나 열었다. 하지만 정쟁이 덮어버린 정치 뉴스에서 도무지 주목을 받을 길이 없다. 이런 지면을 통해서라도 의미 있는 노력들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글을 쓴다.
지난 총선 당시 투표 지형에 의외의 바람을 불러온 건 '기후 유권자'의 존재였다.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기후위기 인식 조사를 보면 기후위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기후 정책에 우선순위로 투표할 의사가 있는 '기후 유권자'가 33.5%로 3명에 1명꼴로 나타났다. 이 숫자가 눈에 띄자 기후 유권자를 설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금 당장 정쟁이 덮어버린 정치에서 '기후특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자. 준비되어 있는 정치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건 변화를 믿는 유권자의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