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에 마코 루비오(53)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마이크 왈츠(50)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이 각각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미 의회 내 대표적 '대(對)중국 강경론자'로 꼽힌다. 집권 2기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기조가 '중국 견제'로 압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자가 루비오를 국무장관에 발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쿠바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는 2016년 대선 경선 때만 해도 경쟁자였던 트럼프 당선자와 험담을 주고받던 사이였지만, 이후 백기 들고 투항해 충성파로 변했다.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 당선자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 중 하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가장 노골적으로 말한 의원 중 한 명"이라는 게 루비오에 대한 NYT의 평가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홍콩 민주주의 억압을 이유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에 대한 제재 법안을 주도했고, 홍콩 민주화 시위를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한 인물이 루비오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벌여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출된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고,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 문제를 이유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결의안을 내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외교안보 참모인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왈츠가 낙점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같은 날 보도했다. 왈츠는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장교(예비역 대령) 출신으로, 역시 대표적 대중 강경론자다. 하원 중국특위에서 활동하면서 미 학계를 중국 간첩 활동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적도 있다. 2021년 한 행사에서는 "우리는 중국 공산당과 냉전 중"이라며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북핵 문제에도 강경하다. 루비오는 2015년 공화당 경선 당시 TV 토론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놓고 "수십 개의 핵무기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을 가진 미치광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왈츠 역시 지난 6월 언론 인터뷰에서 북러 간 군사 협력에 대해 "위험하고 사악한 동맹"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에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엘리스 스터파닉 연방 하원의원(뉴욕)을 각료급인 유엔주재 대사로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자 측근인 스터파닉은 중국 문제에 있어 마찬가지로 매파다.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명을 발표하면서 "엘리스는 강하고 똑똑한 미국 우선주의 투사"라고 썼다.
공통점은 또 있다.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에 날을 세우는 매파이면서도, 동맹관은 트럼프 당선자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그간 왈츠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력히 비판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에는 "백지수표 시대는 끝났다"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루비오는 과거 나토 탈퇴에 반대하는 등 '동맹 중시' 입장이었지만,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안보 지원 예산법안에는 반대표를 던지는 등 트럼프 노선으로 기운 상태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교 정책에 있어서 트럼프와 견해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해 왔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