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 출신 사이의 삶의 관점과 만족도 차이가 급감하는 등 베를린 장벽 붕괴(1989년 11월 9일) 이후 독일 통일에 따른 주민 간 위화감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12일 갤럽에 따르면 동·서독 지역 주민을 상대로 2008~2010년과 2022~2024년의 설문조사를 비교한 결과, 두 집단 사이의 이질감이 크게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 내용은 △주요 국가 기관 신뢰도 △종교 △경제 사정 △생활 서비스 만족도(교육ㆍ의료ㆍ사회간접자본 등) 등 생활 지표 53개 지표였다.
53개 지표 중 18개 지표는 동·서독 주민 간 견해(신뢰도ㆍ만족도 등)차가 14년 사이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29개 지표는 양쪽 의견이 비슷했다. 간극이 더 커진 지표는 6개에 불과했다. 또 53개 지표의 평균 격차도 2008~10년에는 4.9%포인트 차이였지만, 최근 조사에선 2.2%포인트로 절반 이상 줄었다.
갤럽은 먼저 “종교적으로 통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독 지역의 기독교인 비율은 2008~10년 82%에서 2022~24년 69%로 비율이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동독은 같은 기간 48%에서 54%로 늘어났다. 동·서독 주민의 종교적 이질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기관에 대한 신뢰 및 서비스 만족도는 동독 지역에서 크게 상승하면서 동·서독 주민이 상당 부분 비슷한 수준의 정부 서비스를 누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서독 지역에선 2008~2010년 60%에서 2022~2024년 70%로, 동독 지역에선 46%에서 68%로 급상승하면서 두 지역의 신뢰도가 거의 비슷했다. 경찰 신뢰도 역시 2022~2024년에는 서독 86%, 동독 81%를, 군대 신뢰도는 서독 61%, 동독 57%로 나타났다. 교육 시스템에서도 동독 주민 만족도가 2008~2010년 47%에서 2022~2024년 56%로 상승해 서독 주민 만족도(62%)와 거의 비슷해졌다.
갤럽은 동독 지역에서 기부 활동이 급증한 것에 주목했다. 동독 지역 주민 중 ‘최근 돈을 기부한 적이 있다’는 답변은 2008년 조사에서는 43%에 머물렀지만 2024년에는 56%로 증가했다.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는 21%에서 27%로, ‘모르는 이를 도운 적이 있다’는 53%에서 60%로 각각 증가했다. 갤럽은 “기부 활동은 사회 내에서 타인의 신뢰 수준을 나타낸다”면서 “동독 지역에서 이웃 주민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강화되고 삶의 여유도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거 제도나 미국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 등 일부 지표에서는 인식 차이가 확대됐다. 갤럽은 “1989년 물리적 장벽은 무너졌지만, 동·서독 분열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머릿속 벽’(Die Mauer im Kopf)이 정치·문화·심리적 면에서 여전했다”면서 “실제로 동독 지역은 여전히 인구가 적고 경제 생산성 및 임금이 낮다. 투표 성향도 다르다. 특히 극우 정당은 동독지역에서 더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주민 간 삶의 관점이나 만족도 등이 점점 비슷해지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