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보호실로 옮겨진 수용자가 사망한 사건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법무부에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12일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전국 교정시설의 진정실 및 보호실 내 통신장비 설치 유무 및 작동 여부를 점검할 것을 지난달 25일 권고했다고 밝혔다. 진정실, 보호실은 자살·자해 우려가 있거나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특별 보호가 필요한 이를 수용하는 곳이다.
앞서 3월 29일 A교도소에서 출소를 약 60일 앞둔 수용자 B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금속보호대와 발목보호장비, 머리보호장비 등을 착용하고 있던 B씨는 보호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조사에 착수한 인권위는 △특별한 사유 없이 B씨에게 보호장비 세 종류를 동시에 착용시킨 채로 보호실에 수용한 사실 △보호실 입소 전 의무관의 건강 확인이 미흡했던 사실 △B씨가 사망 전 근무자를 호출했으나 제대로 된 확인 없이 방치된 정황 등을 확인했다.
A교도소 측은 보호장비 착용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의료과 진료 대기 중 다른 수용자를 마주한 B씨가 흥분해 달려들려 했고, 제지하던 직원이 B씨의 발길질로 경미한 찰과상을 입었다는 이유였다. 보호장비를 착용한 B씨가 의무관 진료를 받을 땐 건강상 특이사항이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침해구제위원회는 A교도소가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봤다. A교도소는 당시 신체 활력도가 많이 떨어진 B씨에게 보호장비 세 종류를 동시에 착용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각 종류별 보호장비 사용 요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보호장비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한 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B씨가 불필요하게 보호실에 수용된 점도 거론됐다. B씨는 자살·자해 이력이 없고 이를 암시하는 발언도 안 했기 때문이다. 또 B씨가 쓰러진 후 30여 분이 지나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교도소 내 계호 시스템에 하자가 있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이에 인권위는 수용자를 진정실이나 보호실에 수용할 경우 수용 심사부를 작성하고, A교도소 소장에겐 보호실 점검 및 소속 직원들에 대한 직무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