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영화 '몽정기2'에서 섹시한 여고생을 연기해 주목받은 배우 신주아는 예능과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SBS '헤이헤이헤이2'에서는 신동엽 김원희 등과 호흡을 맞추며 발랄한 매력을 보여줬고, SBS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불량 커플' '내 인생의 단비' 'MBC '히어로' '오로라 공주' 등의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러던 중 태국 방콕에 갔다가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업가 라차나쿤과 사랑에 빠져 2014년 결혼했고, 태국에서 신혼을 만끽하며 잠시 연예 활동을 쉬기도 했다. 이후 3년 만에 JTBC '맨투맨'으로 복귀한 신주아는 2022년 tvN '킬힐'에서 쇼호스트로 변신하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그런 그가 2년 만에 한일합작 숏폼드라마 '네뷸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일본과 한국의 소녀들이 K-팝 아이돌 그룹 데뷔를 꿈꾸며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는다. '네뷸라'는 일본 OTT 플랫폼 Uext, 아메바 TV 및 숏폼 플랫폼 외 일본 지상파, 추후 한국 케이블 TV 등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신주아는 '네뷸라'에서 업계 마녀로 통하는 대형 기획사 대표 백도희 역을 맡았다.
이제는 '태국댁'이라는 수식어보다 '배우 신주아'로 대중 앞에 서길 원하는 그를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해 부친상을 당한 신주아는 SNS를 통해 지인들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다시 태어나도 아빠딸로 태어날게요.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편히 쉬고 계세요"라는 글을 남겨 먹먹함을 전하기도 했다. 아픔을 이겨내고 본업에 복귀한 그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가 들수록 가까운 사람을 떠나 보내는 일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저도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내일 죽을 수 있단 마음으로 살자는 생각이 들어요. 돈이고 뭐고 죽으면 끝이잖아요. 건강을 많이 생각하게 돼요. 사실 전 아빠가 100세까지 사실 줄 알았어요. 80세가 됐는데도 건강하셨거든요. 갑자기 혈액암에 걸려서 돌아가셨죠. 건강이 좋아지신 걸 보고 태국으로 돌아갔는데 며칠 뒤에 그런 일이 생겨서... 임종을 지키지 못했거든요. 정말 힘들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아빠가 갑자기 가셔서 너무 힘들었고 사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친오빠같이 알고 지내던 오빠가 세상을 떠났어요. 너무 갑자기 심장마비로 간 거에요. 믿기지 않았죠. 남편을 제외하고 가장 친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일들을 연속으로 겪으니까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지금은 (아빠가) '하늘에서 나를 잘 지켜주려나 보다'라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하다
"제가 남편과 결혼할 때 약속한 게 있어요. 언제든 한국에 가길 원하면 갈 수 있게 해주기로요. 지금은 한국에 있으면서 태국을 잠깐씩 왔다 갔다 해요. 엄마랑 시간을 많이 보내고 데이트도 하고 있어요. 엄마가 아빠랑 너무 사이가 좋으셔서 늘 같이 다니셨는데 많이 외로우실 것 같았죠. 15년 키운 강아지가 죽었는데 5개월 있다가 아버지가 떠났거든요. 엄마가 너무 충격 받으셨을 거 같아서 같이 드라이브하고 카페도 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녀요.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사셨으면 좋겠어요."
본업에 대한 그리움
"결혼하고서도 연기에 대한 그리움은 계속 있었어요. 연기는 중독이 되는 거 같아요. 물을 마셔도 갈증이 나는 것처럼 연기가 그래요. 할수록 갈증이 나는 게 있죠. 새로운 역할이 기다려지고,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다른 사람도 대입을 해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죠. (현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고 좋은 동료들도 생기고 그런 것도 너무 좋고요."
꾸준함이 힘이다
"연기를 하면서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하다 보면 기회는 오더라고요. 살면서 놓친 기회도 있을 테고 또 다시 오는 기회도 있을 거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제게 꼭 맞는 역할이 올 수 있는 거니까요. 저는 뭐든 꽂히면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피아노도 태국어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잠을 못 자요. 강박증인가 싶은데, 일단 해놔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사실 태국어가 진짜 어렵거든요. 선생님이 한국인인데 태국어 연구원이었어요. 좋은 선생님한테 배웠죠. 주 3회 3시간씩 읽고 쓰는 걸 배웠어요. 남편 회사에 월 수 금 출근해서 배웠는데, 지금은 읽을 줄 아니까 조금 편한 건 있어요. 어려운 건 번역기를 돌리기도 하지만요. 태국어를 한다는 게 하나의 장점이라고도 생각돼요. 이 나라에 왔으면 자식을 낳더라도 내가 언어를 할 줄 알아야 무시를 안 당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런데 결혼생활에서 하는 대화는 다르잖아요. 기초적인 언어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태국 영화를 크게 틀어놓고 한국어 자막을 보면서 공부했죠. 언어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것 같아요."
태국에서 연기 제안도 받아
"사실 태국에서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 배우라고 기사가 엄청 많이 났거든요. 캐스팅 전화가 많이 왔는데 남편과 상의해서 안 하기로 결정을 한 거죠. 태국과 한국은 모든 시스템이 다르니까 일하기 힘들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언론사 화보나 인터뷰 같은 것만 했어요. 유명 토크쇼에 남편이랑 같이 나간 게 전부죠. 영화도 제의가 오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드네요. 하하."
건강 적신호에 수술까지 감행
"이번에 '네뷸라' 촬영하며 아쉬웠던 건 눈에 염증이 생겨서 다래끼가 났는데, 피곤하거나 하면 쌍꺼풀이 부풀어오르는 거에요. 촬영할 때마다 오른쪽 눈이 부풀어서 다음날 병원 가서 항생제와 염증 주사를 맞으면서 버텼어요. 대책으로 안경을 쓸까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도 안경을 쓰자고 하셔서 그렇게 했어요. 의사선생님이 바이러스 있는 걸 없애야 한다고 해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바로 도려냈어요. 안과 가서 수술을 했고 회복 중이에요."
넓어진 시장, 많은 활동을 기대하며
"예전에 같이 작품을 했던 또래 배우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요. 다들 착하고 열심히 살죠. 요즘은 작품이 많이 없어서 쉬는 배우들도 많더라고요. 저도 다양하게 하고 싶지만 OTT 쪽으로도 많이 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시장이 크다 보니까 저 또한 OTT 플랫폼에서 전 세계 영화들을 보고 배우는 것도 많거든요. 스페인, 러시아, 포르투갈 같은 나라의 모르는 배우인데 연기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잘 모르는 배우들은 검색해서 찾아보기도 해요. 저만의 매력을 잘 살려서 연기자로 활동을 늘려가고 싶어요. 우선 '네뷸라'가 좋은 반응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다음 달에 공개되는데 기대해 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