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질의 첫날, 정부의 상속세 인하를 두고 날 선 공방을 펼쳤다. 야당은 상속세율 인하를 ‘초부자 감세’로 규정한 반면, 여당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투자이민’까지 거론하며 세금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11일 예결위에서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하기로는 상속 증여세가 향후 5년간 감소폭이 20조 원에 달할 정도"라며 "이런 초부자 감세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기준 전체 피상속인 중 6.5%만 상속세를 부담하고, 이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2,000여 명이 83.6%를 낸다"며 "상속세가 중산층이 내는 세금이 됐다고 하는 건 객관적 사실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기로 했다. 야당은 사실상 '초부자' 세금을 줄여주는 효과라며 크게 반발했다.
정부와 여당은 그러나, 상속세 인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투자 이민이 많이 늘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상속세 문제"라며 "세수 감소를 부자감세 탓으로 모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고 지적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가 너무 오랜 기간 상속세를 고치지 않으면서 '낡은 세제'가 됐다"며 "과거보다 중산층이 많이 포함됐고, 기업 승계에 상속세가 걸림돌로 작용해 개인도, 기업도 해외로 나가는 동기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또한 세수 결손 문제를 걸고넘어졌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지난 2년간 총 86조 원의 국세 결손이 발생했다"며 "국정 전반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홍기원 의원은 외국환평형기금 등을 활용하기로 한 세수 부족 대응책을 "법률 위반"이라며 "최소한 재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원칙과 상식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부총리는 "외환시장의 안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화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이날 상속세에 이어 향후 검찰 특수활동비, 대통령실 관련 예산 등을 송곳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국회 법사위는 야당 주도로 검찰의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을 예결위에 배치했다.
'검찰 독립 예산편성'도 도마에 올랐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 예산과 검찰청 예산은 독립해서 편성해야 하는데, 어떤 게 검찰 예산인지 어떤 게 법무부 예산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섞어놨다"며 "검찰 예산 독립 편성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한데,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통령실 제2부속실 관련 예산도 검증 대상에 올렸다. 차 의원은 "제2부속실 관련 인건비, 운영비 예산을 요청했는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어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지적했다. 박정 예결위원장도 "필요한 자료를 꼭 제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