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1월 20일 취임 직후부터 집권 1기 때 실시·추진했던 정책들을 발 빠르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제사회 온실가스 감축 약속인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또다시 탈퇴하고, 이란 추가 제재를 검토하는 등 전 세계에 파장을 미칠 사안이 준비되고 있다.
트럼프 2기 체제에서 각종 기후 위기 대응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파리 기후변화협정이 미국에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안기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등 이유를 들어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 협정 탈퇴를 선언했던 트럼프 당선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복원한 이 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이미 공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는 석유·석탄·가스 등의 더 많은 시추 및 채굴을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속도전도 예상된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수지 와일스는 최근 공화당 정치자금 기부자들과 비공개로 만나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권 1기 당시 정책들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취소한 집권 1기 행정명령 중에는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등이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재등장은 전쟁 중인 중동에서는 대(對)이란 강경 노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경제적으로는 이란의 원유 수출 등을 조여 자금줄을 차단하고, 외교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의 수교 등 '제2의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할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당선 직후만 해도 "미국 대선에서 어느 후보가 승리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면서 '표정 관리'를 했던 이란은 이제 미국의 대이란 강경 노선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전략 담당 부통령은 9일 "과거 잘못된 정책(이란 압박 정책)을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 때인 2018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