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로 오세요"...남들 싫다는 기피 시설 반기는 지역, 왜?

입력
2024.11.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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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지역 경제 발전 및 친환경 처리 모범 사례

서울시가 마포구에 새로 건립하려는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의 환경·기후변화 영향평가 결과 설명회가 12일 열리는 가운데 이른바 '혐오시설' 유치에 적극적인 일부 지자체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들은 다른 지역에서 기피하는 시설을 유치해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고, '랜드마크화'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2019년 문을 연 제주 구좌읍의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는 기피시설 유치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거 제주도는 관광객 증가와 인구 유입으로 매년 처리해야 할 쓰레기는 증가하는 반면, 소각·매립할 곳이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하지만, 매립 면적이 14만㎡에 달하고, 하루 500톤 가연성 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는 소각지가 가동되면서 폐기물 처리에 숨통이 트였다.

처음엔 소각·매립지 조성에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주민들 생각도 바뀌었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주민들을 고용하면서 일터가 생겼고, 쓰레기 처리 과정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한 수영장과 찜질방 등 다양한 주민편익시설도 조성됐기 때문이다. 처리 시설 지하화와 소각 후 남은 재만 소각하는 방식 등으로 악취도 크게 줄었다. 매립 시 발생할 수 있는 비산 먼지를 억제하기 위한 살수 처리와 소독, 방역작업은 물론, 침출수 누수 방지를 위한 시스템도 강화했다. 이런 '친환경 기술'을 보러 온 외지인들이 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난 건 덤이다. 소각·매립장이 일종의 '랜드마크'가 된 셈이다.

쓰레기소각장 입지 선정을 앞둔 광주시도 이런 부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 지역 소각장 후보지에는 총 6개 자치구가 신청한 상태다. 그간 주민 반발로 3차 공모까지 진행되는 등 입지 선정에 난항을 겪었지만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를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의 통 큰 지원약속에 따라 지역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 지난 달 광주시의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인 54.5%가 "(소각시설) 수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2월 설문 조사 찬성률(36.6%)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광주시는 쓰레기 소각장 최종 입지로 선정되는 자치구에 편익시설 설치비 600억원 이상, 특별지원금 500억원 이상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주도 사례를 참고해 마포구에 건립 중인 자원회수시설도 주민들이 선호하는 문화·체육시설을 갖춘 지역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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