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정협의체가 11일 첫발을 뗐다. 지난 2월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한 지 9개월 만에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를 복귀시키는 방안에 대해 연말까지 해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파업 당사자인 전공의와 당초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더불어민주당이 '몽니'를 부리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반쪽' 시동에 그쳤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협의체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정부·당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며 “속도감 있는 논의를 위해 주 1회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사직 전공의 복귀를 돕기 위해 진지하고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다음 달 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의체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 ‘군 입대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가 복귀하더라도 내년 3월 바로 군의관 등으로 입대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의료계가 요구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방안도 논의키로 했다.
의료계는 내년 의대 정원 확대를 재차 우려했다. 한지아 의원은 “2025년 의대 정원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의제에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만큼 내년 의대 정원을 건드리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 원점 재논의’를 복귀 선결요건으로 제시한 전공의를 배려해 논의는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정부 대표자는 당초 ‘장관급’ 예상과 달리 국무총리·부총리급으로 격상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국민의힘도 3선 이만희·김성원 의원과 의사 출신 한지아 의원 등 무게감과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으로 꾸렸다.
다만 의료계 참여는 여전히 미진하다. 의학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만 이름을 올렸다. 협의체에 시동이 걸렸지만, 의미 있는 합의를 위해서는 파업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민주당도 불참했다. ‘전공의가 참여해야 협의체에 들어가겠다’며 소극적인 입장이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협의체) 사진 한 장 찍고 야당 욕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조건도 갖춰지지 않고 던지기만 할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실효성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책임을 돌렸다. 다만 민주당이 먼저 협의체를 제안하고도 '조건'을 따지며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군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정은 전공의와 민주당의 참여를 호소했다. 한동훈 대표는 “협의체의 합의가 곧 정책이 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 민주당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으며,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총리는 “의료진, 환자와 가족은 물론이고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 모두 이제는 갈등이 마무리되길 기다리고 있다”면서 “정부를 믿고 대화에 참여해줄 것을 아직 고민하고 있는 의료계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일단 첫걸음을 뗐고 대화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며 "야당과 나머지 의료계도 조속히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