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은 이미 세계인의 시선을 끄는 문학이 됐습니다. 이런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확산하려는 여러 가지 작업을 하겠습니다."
11일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의 일성이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인 전 번역원장은 올해 8월 신임 번역원장으로 취임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 번역을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취임 100일을 맞은 그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으로서 새로운 축을 세우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번역원에 따르면 한국 문학은 세계 시장에서 최근 5년간(2019~2023년) 약 195만 부가 팔려나가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만 54만 부의 판매고를 달성했고,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프랑스판),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스페인어판), 손원평의 '아몬드'(일본어판) 등 각 1만 부 이상 나간 베스트셀러도 잇따랐다. 전 번역원장은 "노벨문학상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한국문학이 세계 문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제적 담론 형성과 비평 기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역원은 이를 위해서 △한국문학 해외 담론 형성과 △글로벌 문학 네트워크 강화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한국문학 작품뿐 아니라 이를 대표하는 작품과 비평 선집도 번역·출간한다. 전 번역원장은 "번역이란 하나의 문화가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면 넘어야 하는 장애물을 위한 해설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라면서 활동 취지를 설명했다. 또 연례행사인 서울국제작가축제는 국내외 작가, 번역가, 출판인이 교류하는 대한민국 문학축제로 확대한다.
현재 운영 중인 번역아카데미를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로 격상하는 일은 번역원의 숙원이다. 학생 대부분이 외국인인 번역아카데미를 석·박사 과정에 준하는 정식 학위 과정으로 개편하려 관련 법(문학진흥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무산됐다.
전 번역원장은 "기존 통·번역대학원에서는 통역, 그중에서도 비즈니스 관련 수요가 높았지만 한국문학 번역 수요가 확장된 시점에서는 별도 대학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웹툰, 웹소설 등 K콘텐츠를 전부 망라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위를 받은 졸업생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한국 문화를 확산하는 '친한 인사'로 활약하도록 체계적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