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수능' 시즌, 합격기원 절정

입력
2024.11.11 17:33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지와 답안지가 전국 85개 시험지구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경찰차의 경호를 받으며 13일까지 별도의 장소에 보관된 뒤, 시험 당일인 14일 아침 1,282개 시험장으로 운반된다. 수능한파(寒波)는 없다고 한다. 이맘때면 추위가 몰아쳐 수험생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했지만 유독 더웠던 올해 비껴가게 돼 다행이다. 대신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 수능이 있는 11월은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 날씨 변화가 큰 시기다. 시험은 단 하루. 수험생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사소한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일본판 수능인 대학입시센터시험은 1월에 치러져 오히려 날씨가 풀리면 뉴스가 된다. 시험도 이틀간이다. 중국의 대학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는 6월에 2~4일간 치러진다. 그러니 한국 수능일은 컨디션이 무척 중요해 날씨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 우리 입시제도는 세 가지 틀로 짜여있다. 국가가 주관하는 ‘국가고시’와 대학 자체적으로 치르는 ‘대학별고사’, 고교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고교내신’.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이름을 바꿔왔다. 1945년부터 1980년까지 예비고사, 이후 1993년까지 학력고사, 1994년부터 수능이다. 학력고사의 문제점을 고치겠다며 도입한 수능도 사교육 과열과 대학서열체제 고착화 등을 바꾸진 못했다.

□ 올해 수능생은 작년보다 1만8,000명가량 늘었다. ‘의대증원’ 정책으로 의대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N수생(재수생 이상)과 일부 직장인까지 몰린 탓이다. 반면 감독관은 8,000명 가까이 줄었다. 최근 논술고사 유출사고가 잇따른 뒤 교사들의 정신적 부담이 커져서다. 서로 꺼려 많은 학교에서 저연차 교사 순으로 차출됐다고 한다. 오는 14일은 쌓아온 학업을 검증받고 학생에서 청년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된다. 마트, 편의점 등에선 ‘수능응원전’ 행사가 떠들썩하다. 시험이 끝나면 ‘기도발’에 사활을 걸게 된다. 북한산 도선사 등 기도 성지에 인파가 몰린다. 수험생은 피할 수 없는 성장통, 학부모는 합격기원으로 몸살. 모두가 힘내길 응원한다.

박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