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굴서 멸종위기종 '황금박쥐' 7년 만에 발견

입력
2024.11.11 13:50
동면 중 붉은박쥐 확인 2017년 발견 이후 처음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황금박쥐’라 불리는 붉은박쥐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김녕굴(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 7년 만에 발견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10월 정기 모니터링 중 제주시 구좌읍 김녕굴에서 동면 중인 붉은박쥐(Myotis rufoniger) 1개체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붉은박쥐는 애기박쥐과에 속하며 몸길이는 4~6cm로 진한 오렌지색 몸통과 검은 날개를 가진 '황금박쥐'로도 알려진 희귀종이다. 여름에는 풀숲에서 지내지만, 겨울에는 따뜻한 동굴에서 1~2마리씩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천연기념물 452호로 지정됐으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관심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번 발견은 2017년 이후 김녕굴에서는 7년 만이다. 김녕굴에서는 붉은박쥐가 2015년부터 2016년, 2017년 3년 연속 발견됐었다. 다만 이번에 발견된 박쥐가 과거에 발견된 박쥐와 동일 개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붉은박쥐의 수명은 20~25년 정도다. 김녕굴 인근 만장굴에서도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붉은박쥐의 서식이 확인되는 등 제주 용암동굴이 붉은박쥐의 중요 서식지임을 보여준다고 유산본부는 평가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동굴 주변에 우거진 산림과 풍부한 먹이가 있어 박쥐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연중 일정한 온도와 높은 습도를 유지하고 있어 박쥐들의 동면처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강석찬 세계유산본부장은 “붉은박쥐는 다른 박쥐들에 비해 서식지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특성을 보이는데 붉은 박쥐가 발견된 것은, 그만큼 동굴 내부뿐만 아니라 김녕굴과 주변 환경이 양호하게 보존되고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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