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관세 폭탄'을 방어하기 위해 미 동맹국들에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관세 인하, 비자 면제, 투자 제안 등 인센티브를 미국의 동맹국들에 제공하는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정책 결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당선자가 내건 대(對)중국 고율 관세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레이스 내내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중국과의 2차 관세 전쟁을 예고했다. 아울러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한 상품에도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공약했다.
가뜩이나 '경기 위축'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미국의 공세를 방어해야 할 처지다. 따라서 '트럼프의 일방적 관세 인상에 내심 불만을 품을 수 있는 미국 동맹국과의 거리를 좁혀 대미 견제에 나서겠다'는 게 중국의 구상 중 하나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중국 경제의 실세'로 꼽히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최근 서방 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유럽·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촉진을 위한 관세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WSJ는 전했다.
유의미한 신호는 더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5개국 및 말레이시아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올해 6월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이달 초에는 한국도 비자 면제 대상국에 포함시켰다. "필요할 때는 함께 협력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견제하자"는 중국의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WSJ는 "주고받기 식의 외교를 선호해 온 중국 지도부의 전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13~17일 페루 리마를 방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어 21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제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시 주석은 해당 회의들에서 다자 무역주의를 옹호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 견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