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미국에서 9,500마일(약 1만5,000㎞) 떨어져 있다."
지난 7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방어'에 관한 질문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사실상 '미국이 대만을 왜 방어해야 하냐'는 반문과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대선 기간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빼앗았다. 그들은 엄청나게 부자다"라며 대만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했다. △대만 방어 불확실성 △방위비 증액 요구 △반도체 기업 피해 가능성 등 어느 것 하나 반갑지 않은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대만에는 '비상'이 걸렸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만을 협상 품목 삼아 중국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션딩리 푸단대 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선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충돌이 적어질 수 있다. 트럼프가 '거래'를 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중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대만 문제는 중국에 내주는 식의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대만 반도체 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미국 대선 직후인 8일 "중국에 7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첨단 인공지능(AI) 칩 출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냉큼 그의 대(對)중국 경제 압박 강화 기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TSMC의 지난 3분기 매출을 보면 중국 수출 비중이 11%로, 북미(약 70%)에 이어 2위다. 트럼프의 중국 압박 기조가 강해질수록 대만 반도체 업계 타격도 커지는 구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만 정책이 중국에는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대만 간 불협화음이 불거지면 '미국은 언제든 대만을 버릴 수 있다'는 대만인들을 향한 중국의 심리전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3년 대만해협 인근에서 대규모 포위 훈련과 해경 상시 출동으로 '내해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군의 대만해협 접근이 느슨해질 경우 중국의 움직임 역시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