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녕하세요. 경기도 최초 피어프리 전문가 인증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이자 반려인인 신성우 수의사입니다. 반려동물을 위해 무언가 처치를 해주시려 하더라도 마취 때문에 더러 걱정이 되는 경우가 있죠. 반려동물들은 사람들이 스케일링을 받을 때처럼 입을 '아~~'하고 벌리며 기다리지도 못할 뿐더러, 몸에 있는 종괴 하나를 떼려고 해도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이런 부분을 케어함에 있어서 마취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마취가 필요한 상황에서 어떤 마취들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저희 병원에서는 보통 마취를 설명드릴 때는 주사 마취와 호흡 마취 2가지로 나누어서 안내드립니다. 주사 마취는 직접 주사를 맞히고 근육 이완 및 진정, 마취가 진행되면 그 상태로 시술이나 수술을 실시하는 방식입니다. 호흡 마취의 경우 주사로 어느 정도 진정을 유도한 후에 산소호흡기 및 기관삽관을 통해 호흡을 도와주거나, 기계로 아이한테 맞는 호흡을 해주는 식으로 진행하는 마취지요.
'어느 마취가 더 안전하다', '어느 마취는 더 위험하다'고 딱 잘라 얘기할 순 없습니다. 다만 제 경우에는 반려동물의 호흡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호흡 마취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근육이 이완되다 보면 호흡하는 근육도 함께 이완되면서 마취 중에 숨을 안 쉬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마취학회에 따르면 건강한 일반 강아지의 경우 중성화 수술이나 스케일링 같은 길지 않은 마취 시에 사망률은 0.05%라고 하며, 심각한 질병이 있거나 15세 이상의 노령견의 경우 마취로 인한 사망률의 추정치는 1%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적은 확률의 사고가 나의 반려동물에게 발생한다면, 나에게는 100%가 되는 것이죠. 또한 건강에 이상이 없던 것처럼 보이던 반려동물이라고 해도, 인간이 미처 대비할 수 없는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전신마취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절대 불가능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위의 미국 마취학회에서 인용된 것처럼 나이가 많을수록, 가지고 있는 질환이 많을수록, 또한 병세가 좋지 않을수록 마취로 인한 회복 가능성은 점점 낮아집니다.
간혹 "건강검진 때 마취해야 되죠?"라고 물으시며 저를 당혹스럽게 하는 보호자분들이 계십니다. 사람이야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인지해서 간단한 수면마취를 하고 건강검진을 진행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할 수 없는 반려동물의 경우 덮어두고 마취를 결정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건강검진을 진행하며 반려동물도 다소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검진을 안전하게 끝낸 후에 건강을 확인하고 마취를 진행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사연자 분의 반려견이 전신마취 후 회복이 더디어 걱정을 하셨을 텐데요. 보통 회복 기간(마취에서 깨서 일상적인 안정된 생활을 하는 정도)은 주사 마취의 경우 3~7일 정도이고 호흡 마취는 1~3일입니다. 아무래도 호흡 마취가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마취를 결정함에 있어서 고려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마취 후 부작용은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전신 관류량(시간당 혈액량) 부족으로 인해 췌장염이 병발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또한 단두종이나 비만인 친구들은 호흡이 원활하게 돌아올 때까지 며칠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마취 후에는 보통 1~3일 정도는 같이 있으시면서 이상 징후들을 면밀히 관찰하셔야 해요. 예를 들어 식욕저하, 기력저하, 황달, 빈뇨, 핍뇨(소변 감소증), 청색증 등이 보이면 병원에 방문하여 경과를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제일 잘 아는 것은 수의사보다 보호자입니다. 마취 전 반려동물이 오늘 유독 열감이 있다거나 호흡이 이상하다거나 하는 등의 괜스레 이상한 생각이 든다면, 그때는 마취를 강행하지 말고 추후 다시 마취를 진행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마취 후에도 마찬가지고요. 반려동물을 계속 봐온 여러분의 직감이 생각보다 정확할 때가 많거든요. 오늘의 답변이 마취를 고려하고 계시거나 노령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