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윤리 서약’을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관계 충돌 방지와 정권인수팀이 개인으로부터 받는 정치자금을 5,000달러(약 700만 원)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인 윤리 서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권 인수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 본인은 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 측근들이 많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이해 충돌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크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 정권인수팀은 대통령직인수법(PTA)에 따라 지난달 1일까지 백악관에 제출해야 할 윤리 계획을 내지 않았다. 트럼프 측은 또 정권인수팀 운영자금 720만 달러(약 100억 원)를 수령하는 데 필요한 연방총무청(GSA)과의 양해각서 체결에도 응하지 않았다. PTA는 인수팀이 법에 명시된 기준에 준하는 윤리 계획을 백악관에 제출하기 전에는 양해각서에 서명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이해 충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PTA의 윤리 서약이 트럼프 측 비협조로 무력화된 것이다. 트럼프는 처음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을 앞두고 있던 2017년 1월 자신의 사업 자산을 매각하거나 독립적인 관리인에게 신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이해 충돌 문제에 직면했다. 워싱턴 비영리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RE)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 첫 임기 때 그와 관련된 이해 충돌이 3,400건 넘게 발생했다.
윤리 서약과 GSA 양해각서 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정부 기밀자료 접근 △국방 관련 브리핑 청취 △438개 연방 정부 기관 출입 및 기관 관리 자료 열람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트럼프 측은 정권인수팀 인사들에 대한 윤리 강령과 이해 충돌 방지 선언문을 자체적으로 작성해 법규를 우회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 당선자 본인의 이해 충돌 문제를 어떻게 방지할지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NYT는 윤리 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버티는 트럼프 인수팀과 제출을 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 간에 일종의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느 쪽도 굽히지 않으면 트럼프 2기는 별다른 사전 준비 없이 2025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과 함께 정부 통제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