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사전청약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고 근거도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분양가 상승 억제책을 내놓은 뒤 처음으로 공개한 본청약 분양가가 당첨자 기대치를 웃돈 탓이다.
공공 사전청약 사업장 18곳 당첨자가 참여한 ‘공공사전청약피해자모임’은 10일 본보에 보낸 입장문에서 “LH가 국정감사에서 답변한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는 본청약 공고문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LH가 약속과 달리 공사비 상승분을 분양가에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LH는 앞서 앞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때 땅값과 공사비 상승분을 사전청약 공고 당시 본청약 시점까지만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모임은 구체적으로 LH가 이달 8일 공고한 경기 의왕월암지구 A1·A3블록(사업장) 분양가를 문제 삼았다. 분양가에 최초 본청약 시점(지난해 5월)까지의 기본형 건축비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A1블록과 A3블록 전용면적 55㎡의 2021년 10월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는 각각 4억1,275만 원, 4억1,575만 원이었다. 하지만 이달 공개된 본청약 평균 분양가는 각각 4억5,868만 원, 4억6,053만 원으로 분양가 상승률은 10%대다. 정부가 고시한 사전청약부터 지난해 5월까지의 기본형 건축비 상승률(10.9%)과 비슷한 수준이다.
분양가가 택지비와 건축비를 중심으로 결정된다는 점과 땅값보다 건축비가 더 가파르게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LH가 사전청약 아파트 분양가에 건축비 상승분을 100% 반영했다는 것이 피해자모임의 주장이다. 분양가 산정 비중에서 건축비를 줄이고 택지비를 늘리면 분양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피해자모임은 국정감사에 앞서 본청약을 진행한 인천계양 A2·A3블록 역시 분양가 상승률(19.1%)이 기본형 건축비 상승률(18.7%)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이한준 LH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밝힌 ‘원가 수준 공급’ 방침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사전청약 당첨자와 일반 수분양자 분양가가 똑같이 책정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본청약 지연 피해를 고려하면 사전청약 당첨자 분양가가 더 낮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사전예약 분양가’를 사실상 확정 분양가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경기 하남감일지구에서는 2010년 11월 사전예약 후, 2019년 본청약 때 사전예약 당첨자의 분양가는 그대로 두고 일반 분양가만 60% 올린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피해자모임은 의혹을 해소하려면 LH가 분양가 산정 과정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양가 상승률을 택지비, 기본형건축비 등 상세 내역으로 나눠 공개하라는 요구다. 피해자모임은 “본청약 지연 기간 동안 전월세 비용이 발생하거나 주거 불안정으로 인해 출산 계획을 바꾸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를 넘지 않는 본청약 분양가 책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H는 의왕월암지구 A1·A3블록은 원칙적으로 국정감사 때 발표한 억제책에 따라 분양가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LH 관계자는 "본청약 지연 기간 분양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인상분이 온전히 사전청약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평균 분양가를 결정했다"며 "해당 블록 시세는 인근 아파트 단지보다 15% 정도 저렴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