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행정부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크고 작은 앙금이 있었지만 본투표일 직전까지 자신을 지원사격했던 인물들을 사실상 '토사구팽'한 셈이다. 두 사람을 콕 집어 배제한 트럼프 당선자의 메시지로 인해 트럼프 2기 내각 인선의 최우선 조건은 '충성심'이라는 점이 재확인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9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나는 지금 구성 중인 '트럼프 행정부'에 헤일리 전 대사와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을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첫 내각 구성 지침에서 두 사람만 쏙 뺀 것이다.
두 사람은 대선을 앞두고 수개월간 트럼프 당선자를 지원해 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거쳐 트럼프 1기 핵심 외교 보직인 유엔대사를 지낸 헤일리는 지난 5월 '트럼프 지지 선언'을 시작으로, 찬조 연설이나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트럼프 당선자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1기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무장관을 지낸 폼페이오는 대선 직전까지 트럼프 당선자의 선거 유세에 동참하면서 충심을 과시했다. 워낙 자주 찬조 연설자로 나선 터라 최근까지 가장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뒤끝'은 확실했다. 한때나마 자신의 심기를 거스른 기억은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앞서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2위를 달렸고, 당시 후보였던 트럼프에 대해 "쇠퇴했고 불안정하다"고 비난하는 등 험악한 관계였다. 지지 유세 참여도 늦었다는 평가가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당선자의 기밀 반출을 비판하거나 그를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연약한 자존심을 지닌 유명인 지도자'로 묘사한 적이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며칠 후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가리킨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눈 밖에 났던 셈이다.
트럼프 당선자 측근들은 그가 차기 행정부 인선에 있어 '본인에 대한 충성심'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1기 집권 시절 고른 인사들이 자신의 행동을 제약했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말 잘 듣는' 행정부를 꾸리려 한다는 의미다. 측근에 따르면 국무장관 후보로는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 리처드 그레넬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내년부터 백악관 및 의회를 장악할 공화당 내에선 내친김에 '보수 연방대법원'도 굳히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WP는 8일 전했다.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76), 새뮤얼 얼리토(74) 대법관이 고령인 만큼 트럼프 당선자 집권 중에 사임해 젊은 보수 대법관에게 바톤을 넘기게 하자는 것이다.
연방판사는 종신직이라 본인 사임·탄핵·사망으로만 자리가 비는데, 혹여나 진보 정권에서 이들이 사망해 진보 대법관으로 대체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한 터라 인준 절차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보수 우위(현재 9명 중 6명) 대법원'을 향후 수십 년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보수층에서도 논쟁 중인 사안이라고 WP는 전했다. 대법관에 대한 사임 압박은 곧 '사법부 개입'이라는 비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