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으름장이 촉발할 군비 경쟁... K방산에 기회인가 위기인가

입력
2024.11.11 11:00
6면
<2>기로에 선 한미동맹
K방산 올해 수출 목표액 역대 최대 200억 달러
트럼프 동맹국 안보 지원 축소, 방산 시장 확대 기대
美·유럽과 경쟁 불가피… "수주경쟁력 제고해야"

트럼프가 각국에 요구하는 건 '비용 분담'이다. 특히 방위비 증강 압박은 군비 경쟁을 촉발하기 마련이다. 사상 초유의 '활황'을 누리는 국내 방산업계 시장이 더 커지는 셈이다. 반면 글로벌 방산 경쟁이 가열돼 K방산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안보 위기 속 '퀀텀 점프' 보여준 K방산

K방산 수출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약적으로 늘었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2014년 36억1,000만 달러에서 2021년 72억5,000만 달러로 두 배가 되는데 7년이 걸렸다. 이듬해인 2022년 불과 1년 만에 173억 달러로 다시 두 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140억 달러를 기록했고, 국방부는 올해 200억 달러(약 28조 원)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국산 무기의 가격 경쟁력에 더해 불안한 국제정세에 따른 반사이익이 겹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폴란드를 비롯한 주변국의 무기 수요가 급증했다. 이스라엘과 주변 중동국가들의 전쟁에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전통적 우방국이 잇따라 한국을 찾았다.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 확대로 호주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상로 인접국가의 경계심이 고조되면서 한국 무기에 대한 관심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


커진 파이는 호재, 늘어난 경쟁자는 숙제

트럼프의 재집권은 각국의 안보환경에 또 다른 위협요인이다. 동맹국에 대한 군사지원을 노골적으로 줄이면서 미국 방산업계를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단 K방산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3%로 올려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K방산 수출을 낙관하는 근거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10일 "트럼프가 안보 동맹국에 보내는 핵심 시그널은 '너희 나라는 스스로 지켜라'라는 것"이라며 "나토 회원국이나 동남아 국가 등 미국으로부터 안보 지원을 받아온 나라들은 이제 자주국방에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고, 이는 주요 방산 수출국으로 발돋움한 우리에게 호재임이 틀림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글로벌 방산시장의 파이가 커져도 K방산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4년 전 대부분 문을 닫는 분위기였던 유럽의 방산공장들이 엄청나게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K방산의 품질이 유럽산보다 월등하다는 전제를 갖춰야만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콕 찍은 K조선… 타 산업 반대급부 요구로 딜레마 직면할 수도

트럼프가 미국 제조업 부흥을 강조해온 터라 방산분야도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K방산이 미국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엄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미국은 중동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제한해 왔으나, 트럼프는 국익을 위해 규제를 없앨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조치가 현실화하면 자금력이 탄탄한 UAE·사우디 등이 K방산보다 성능이 우수한 미국산을 택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심순형 KIET 부연구위원은 "중동에서 현지 제조업 육성 등 수주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트럼프가 미국 방산의 취약점을 보완하려 K방산과 손잡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8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은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콕 찍어 관심을 표했다. 당장 미 해군의 정비·수리·운영(MRO) 분야 협력이 거론된다. 다만 엄 사무총장은 "트럼프의 최대 관심사가 무역적자 해소에 있는 만큼, 자신이 필요로 하는 K조선과 협력하는 대신 다른 산업 분야에서 반대급부를 요구해 한국이 딜레마에 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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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