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8일 검찰에 출석해 6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명씨는 9일 오전 다시 검찰에 출석해 추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 김호경)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명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지난 9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후 첫 소환이다. 명씨가 몸살 기운과 불편한 다리를 이유로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고 호소해 조사는 오후 4시쯤 마무리됐다. 이후 명씨는 법률 대리인과 함께 2시간 동안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내용이 자신의 진술대로 적혔는지 확인하고 오후 6시쯤 검찰청을 나섰다.
명씨는 어떤 내용을 주로 소명했느냐는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답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그러면서 “군주제에선 모든 권력이 군주에게 있고,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십상시가 있었지만 민주공화국에선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며 “언론과 강혜경(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씨가 만든 거짓의 산이 조사를 통해 하나씩 다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의혹과 관련해선 “아직 수사를 받지 않았다. 내일 조사를 받고 상세히 이야기하겠다”며 황급히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지팡이를 짚고 법률대리인 김소연 변호사와 함께 나타난 명씨는 검찰 조사 심경을 묻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저의 경솔한 언행으로 민망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마지막 연락 시기가 언제인지, 김건희 여사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선 “검찰 조사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다만 “검찰이 계속 인원을 충원하고, 계좌 추적팀도 투입됐다”며 “이 사건은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 금방 해결될 것이고, 나는 단돈 1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명씨 대신 답변에 나선 김 변호사도 “미래한국연구소와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 계좌 등 모든 돈 관리는 강혜경씨가 했다”며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이 사건은 더 조사할 이유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일반 국민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열심히 일할 일꾼을 추천하는 건 대통령 아니라 누구에게도 할 수 있다”며 “권력자도 아닌 아무 직함도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준 대통령 부부에 대한 미담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 중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대통령 당선인이 알겠다고 하니 감사하고 한 것”이라며 별일 아니라는 취지로 일관했다.
창원 제2국가산단 지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명씨가 본인의 정책 아이디어를 김 전 의원에게 수시로 이야기하고, 자료를 조사해 문건으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며 “아주 건강하고 건전한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건 장려할 일”이라고 답했다.
불법 여론조사 혐의에 대해선 “여론을 조작할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며 “샘플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본인이 궁금해서 미래한국연구소에 언제까지 몇 개의 샘플을 돌려 달라고 요청하고, 비용도 6,000만 원 정도 지급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녹취 등 추가 폭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폭로를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날 명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린 것을 두고는 “명씨가 폭로한 건 아니지만 제3자의 녹음으로 여러 정치인들에 대한 평판이나 명씨 본인의 생각이 바깥으로 공개돼 대통령 부부와 윤상현 의원 등에 누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사과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명씨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세비 9,000여만 원을 받은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공천 대가라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명씨가 지난 대선 때 여론조사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도왔고,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여론조사 비용 대신 김 전 의원을 공천받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취임 전날(2022년 5월 9일) 명씨와 통화하면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해주라’고 언급하는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3, 4일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명씨에게 돈을 준 사람은 강씨고, 공천과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