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10일 대의원 총회에서 취임 6개월여 만에 탄핵될 수 있는 기로에 섰다. 의정갈등 해결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의대생들이 임 회장 축출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임 회장 탄핵안 가결이 이들의 의정대화 복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더라도 또 다른 총회 안건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의협 실권은 비대위로 넘어갈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는 10일 오후 2시 임시총회를 열고 임 회장 불신임 안건과 비대위 구성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의협 회장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 246명 중 3분의 2가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중 3분의 2가 동의하면 가결된다. 임 회장이 탄핵되면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고, 60일 이내에 새 회장을 뽑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앞서 지난달 24일 의협 대의원 103명은 의대 증원 및 간호법 제정 대응 실패, 연이은 막말과 실언, 의사 명예 실추 등을 문제 삼아 임 회장 탄핵안을 발의했다. 올해 3월 의협 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은 탄핵안이 발의되자 지난달 30일 "통렬히 반성해 새로 태어나겠다"고 사과하고 막말 논란의 진원이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삭제했다.
탄핵안이 의결될지 관측은 엇갈린다. 탄핵안 발의 인원이 최소 요건(재적 대의원 3분의 1, 82명)을 훌쩍 넘긴 점이 보여주듯, 의협과 의사계에서 임 회장 비토 여론이 큰 게 현실이다.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임 회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날은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협 대의원회에 불신임안 통과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의대협은 입장문에서 "임 회장이 (3월 당선 이후) 지난 8개월간 보여준 망언과 무능은 학생들에게 있어 크나큰 절망으로 다가왔다"고 비판했다.
대의원들이 의협 체제의 안정성을 중시해 탄핵안을 부결시킬 거라는 예상도 있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 교수는 "임 회장이 탄핵되면 비대위를 꾸린 뒤 두 달 안에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데, 정부와의 협상이 시급한 상황에 내부 혼란이 지속되는 점을 대의원들이 우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핵안 가결 정족수 기준이 높아 안건이 통과되기 힘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임현택 집행부'와 반목해온 전공의들이 의협 비대위와 공조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입장을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 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전날 임 회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정대화 복원 기대는 설사 임 회장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유효하다는 분석도 있다. 비대위 구성안은 회장 불신임안에 비해 총회에서 가결될 게 확실시된다는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면 임 회장과 현 집행부 권한이 약화되고 비대위가 대정부 협상, 전공의·의대생 관계 재설정 등 현안을 주도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의협 비대위원장으로는 주수호 전 의협 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협의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