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듣는 '목포의 눈물' … '나라는 가수'의 묘한 매력

입력
2024.11.10 11:50
지난 2일 첫 방송된 KBS2 '나라는 가수'
스페인 마요르카서 펼쳐진 K-POP 아티스트들의 버스팅
5060세대들의 '픽' 받은 이유

'나라는 가수'가 여행과 음악 두 키워드를 동시에 잡았다. 1939년 발표된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소향과 안신애의 모습이 현지 관객들 뿐만 아니라 안방 1열에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감동을 남겼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KBS2 '나라는 가수'는 K팝 대표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다른 나라의 음악과 문화를 경험하며 나라는 가수를 찾아가는 여행기를 그리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다. 화사 소향 헨리 안신애 구름 자이로가 스페인 마요르카로 떠나 버스킹 공연을 펼쳤다. 마요르카의 아름다운 경관과 현지 분위기를 집중적으로 담아내는 '나라는 가수'는 그간 라이브 공연 위주였던 음악 예능과는 또 다른 차별점을 꾀했다.

'나라는 가수'가 처음 론칭을 알렸을 때 가장 많이 회자됐던 프로그램은 '비긴어게인'이다. 2017년 첫 선을 보인 '비긴어게인'은 뮤지션들이 해외에서 버스킹을 선보이는 내용을 담으며 2023년까지 방영됐다. 길거리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는 국내 톱 뮤지션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열광케 만들었고 JTBC를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음악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나라는 가수' 속 해외에서 버스킹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기시감을 자아내진 않을지 우려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나라는 가수'는 해외라는 배경적인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스페인 마요르카 특유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 흐르는 버스킹 음악은 때로는 잔잔했고 때로는 폭발적이었다. 현장의 관객들에게 즉석으로 마이크를 넘기기도 하는 아티스트들의 재치를 시청하면서 '나라는 가수'가 왜 여행과 음악을 동시에 강조했는지 쉽게 이해가 됐다.

'나라는 가수' 이선희 CP는 본지에 "2049시청층의 관심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5060시청층에게도 수요가 높았다. 사실 '나라는 가수'는 프로그램 기획 당시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했다. 1회에 나온 '목포의 눈물'이나 올드 팝송부터 K-POP까지 다양한 곡을 선곡한 배경이다. 과거 '비긴어게인'과 다르게 기성세대 시청층이 많아서 (연출자 입장에서) 새롭게 느껴지면서도 좋은 기회로 느껴졌다"라고 바라봤다. 이에 '나라는 가수'는 KBS2 뿐만 아니라 KBS1 채널로도 재방송을 편성, 클립 영상을 내보내며 적극적으로 여러 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을 꾀하는 중이다.

마치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 또한 '나라는 가수'의 무기다. 아티스트들이 많은 인파 속 가운데 앉아 있는 모습들이 풀샷으로 잡히면서 이들이 마요르카 안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지 생동감 있게 담아내는 연출이다. 화사의 '마리아' 공연에 춤을 췄던 마요트라 무용학교 교장은 제작진이 사전 답사 후 섭외해 성사된 공연이다.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듣는 것 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기 위해 수준 높은 공연을 구상했고 명장면이 탄생했다. 이 CP는 "공연 후 실제로 화사씨가 플랑멩코에 깊게 감동을 받았다. 아티스트들이 여행을 한 후 버스킹을 하다 보니 연습 합주와는 다른 바이브가 나온다. 기대 이상의 감정이 나왔다. 여행 이후의 버스킹이 방송의 차별화가 됐다"라고 짚었다.

특히 즉석에서 진행되는 기타 배틀 등은 버스킹 공연에 능숙한 헨리의 작품이다. 비행기 연착 등으로 늦게 합류한 헨리는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해 현장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압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앞서의 명장면이 탄생한 배경에는 제작진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제작진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버스킹 공연 연출을 위해 밤샘 회의를 이어갔다. 연출을 맡은 송광종 PD는 모든 일정을 마친 후 아티스트들과 함께 숙소에서 무대, 노래 해석에 대한 회의를 새벽까지 진행했고 멋진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과거에 특정 장르의 음악을 찾는 매니아 층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그 경계가 다소 허물어졌다. 젊은 이들이 과거의 노래를 찾아 듣고 기성 세대가 최신 곡을 따라 부르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목포의 눈물'을 팝송으로 편곡한 것도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한 퍼포먼스다. 1936년 발표된 '목포의 눈물'을 재해석하면서 음악을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 CP는 "3회에서 아티스트들이 그룹 아이브의 '아이브'를 편곡한 무대를 선보인다. 이 노래를 외국 소녀들이 듣다가 감격해서 울먹거리는 장면이 포착된다. 따라 부르고 감동하는 현장의 감정, 음악의 힘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KBS가 음악 예능에 확실히 주력을 쏟고 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나라는 가수'를 비롯해 '더시즌즈' '싱크로유' '딴따라' 모두 음악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이 CP는 "방식은 다르지만 같이 음악 프로그램을 하면서 시너지를 느낀다. KBS 예능 PD들은 모두 KBS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편안하면서 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앞서의 프로그램들 모두 시즌을 이어가며 자리를 잡고 시청자들에게 더 가까이 갔으면 좋겠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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