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2022년 10월 정부가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반해 노조 활동을 제약한다며 ILO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건설노조는 권고를 환영하며 "정부는 당장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반면, 정부는 "ILO가 정부 조치를 협약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고용노동부와 건설노조에 따르면 ILO 결사위는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LO 이사회에서 해당 권고문을 채택했다.
결사위는 권고문을 통해 "건설업 고용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건설 현장에서의 채용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건설업 분야에서 대표적인 근로자·사용자 단체가 협의에 착수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 지부의 행위를 조사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라"고 했다. 아울러 "협상을 요구하며 평화적 단체행동을 조직했거나 작업장의 산업안전·보건상 결함을 고발하겠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체포, 기소, 형 선고를 받지 않도록 보장해달라"고 권고했다.
건설노조는 ILO가 노조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건설노조는 2021년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 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노조 활동 단속에 나선 것을 계기로 ILO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정부는 건설노조가 사용자 측에 고용 관련 단체협상을 요구하는 과정, 특수고용 노동자(덤프트럭·레미콘 운전기사 등)들이 사용자 측과 임금과 장비 대여료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불법과 불공정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는 건설노조의 고용 요구를 노사가 자율 협상할 수 있도록 노조가 추진 중인 고용 입법을 수용하라"고 요청했다. 또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노조 활동 개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무분별한 형사 처벌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이번 권고에 대해 "ILO가 한국 정부의 협약 위반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의 특정 조합원 채용 요구는 다른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현행법상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부처와 면밀한 검토 후 공식 답변을 통해 추가적인 사실관계, 그간의 협약 이행 노력과 개선 내용 등을 (ILO에) 적극 설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