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에 곱게 물든 경북 경주 첨성대 인근에는 핑크뮬리밭이 있다. 그곳을 거닐고 있노라면 잊고 있었던 추억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첨성대 주변을 둘러싼 핑크빛 물결은 마치 꿈결 같고, 저 멀리 보이는 첨성대는 유년 시절의 설렘을 되살려 놓는다. 어린 시절, 처음 첨성대를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책 속에서만 보던 신라시대의 건축물을 바로 앞에서 보니, 경외감과 자랑스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 조상들의 천체 관측 기술과 지혜에 놀랐고 역사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유적지를 찾은 학생들 중 상당수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흘려듣는다. 표정에는 경외감이나 새로운 사실을 알아간다는 진지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역사 현장에서 느껴야 할 감동보다는 지식 암기에만 집중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 목요일은 수능일이다. 올 한 해 열심히 공부하느라 지친 수험생들은 수능을 마친 후 시간을 내어 역사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한 역사 유적지를 탐방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선조들의 지식과 경험을 느낄 기회를 가져보자. 역사 현장에서 얻는 감동은 역사책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훨씬 커 청소년들의 인격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 어린 시절, 나보다 몇십 배 큰 첨성대를 보고 느꼈던 경이로움. 과거의 그 아름답고 짜릿했던 추억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