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 중인 러시아와 이란의 희비가 엇갈렸다. 트럼프 당선자와 일찌감치 친분을 유지해 왔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가움을 드러냈지만, 트럼프 집권 1기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이란은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이 자리를 기회로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5일 미 대선 이후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자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다. 그는 '트럼프와 대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준비됐다"며 대화 의지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트럼프 당선자가 유세 중 총격을 당한 일을 언급하며 "용감하고 남자다웠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재임 시절부터 푸틴과 우호적 관계를 강조해 왔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외치며 푸틴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푸틴도 트럼프 재선을 기대해 왔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란은 자국에 적대적이던 트럼프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애썼다.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미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승리했든지 이란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자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 입장에서 트럼프 당선자는 자국 경제난을 가속화한 원수나 다름없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가로 서방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2018년 파기한 장본인이 트럼프 당선자다. 트럼프 당선자가 백악관에 복귀하는 대로 이란이 재차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캠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이란의 석유 판매를 줄이는 등 대(對)이란 제재를 대폭 강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