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제주 비양도 북서쪽 해상에서 부산 선적 대형선망 어선 금성호(129톤급)가 침몰해, 14명이 사망·실종됐다. 운반선에 어획물을 하역하고 그물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배가 전복됐다고 하는데,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아 원인 파악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명확히 사고 원인을 밝혀내야만 해상 안전사고 불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침몰한 금성호에는 27명(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이 타고 있었고, 구조된 15명 중 한국인 선원 2명이 숨졌다. 나머지 12명(한국인 10명, 인도네시아인 2명)은 실종 상태다. 해경과 해군, 민간 어선들까지 동원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지만, 해상 사고의 특성상 실종자들의 생존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성호의 침몰은 오전 4시 33분쯤 시작돼, 오전 5시 13분쯤 완전히 가라앉았다. 처음엔 서서히 기울어지더니 배가 복원력을 잃어 마지막에는 순식간에 전복됐다고 한다. 세월호의 악몽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구조된 선원은 “운반선에 어획물 1차 하역을 끝내고 다른 운반선이 들어오기 전에 그물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그물에 남아 있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배가 넘어갔다”고 전했다.
그물을 올리는 게 일상인 대형 어선이 그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선박의 결함은 없었는지 밝혀야 할 대목이 많다. 바닷속으로 버려지거나 떠내려온 쓰레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한 만큼, 그물에 무거운 쓰레기나 구조물이 걸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부산 중구에 위치한 금성호 선사에 대해 수산업계 관계자는 “대형 선망 업계가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해당 선사는 규모가 있는 편으로 다른 선사에 비해 어선 성능도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우선은 실종자 수색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사고 해역의 수심은 87m에 달해 세월호 침몰 해역(37m)보다 훨씬 깊다. 그럼에도 원인 파악과 실종자 수습을 위해 선체 접근 가능 여부까지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