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티메프 모회사 큐텐의 구영배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구속영장 기각 이후 첫 소환이다. 한 달 가까이 보강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구 대표의 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8일 구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구 대표는 류광진 티몬 대표·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공모해 정산대금 지급 불능 상황을 인식했음에도 입점 업체들에 돌려막기식으로 대금을 지급하며 영업을 지속해 총 1조5,950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는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티몬·위메프에 총 692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대금 등으로 티몬·위메프 자금 671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검찰이 청구한 구 대표 등의 구속영장에 대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의 성격 등에 비춰보면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을 결정했다. 마진율이 낮은 대신 박리다매를 통한 정산대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관행일 수 있다는 취지다. 구 대표도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사기 등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은 티메프 사태가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 등 기존의 사기 사건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구 대표 등의 영장이 기각된 뒤 ①회사에 더 이상 변제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2023년 11월 무렵 구 대표 등이 파악했다는 점 ②하지만 그 이후 상품권, 골드바 등 가격민감도(가격이 구매 의사나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큰 제품 위주의 공격적 할인판매가 진행됐다는 점 ③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낮았고, 설령 상장돼도 정산대금 회수가 어려웠다는 점 등에 대해 보강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도 마무리 단계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110건 이상의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됐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는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확인한 사실관계와 구 대표 진술 내용 등을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류광진·류화현 대표를 이달 4일과 5일 이틀 연속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피해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구 대표 등 경영진을 구속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