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데려가지 못한 이유' 광고
10월 25일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가 시작됐다. 이날부터 5년 이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된 사람은 결격 기간이 끝난 뒤 일정 기간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있는 차량만 운전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시동을 걸기 전 운전자가 숨을 불어 넣으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재고 일정 기준 이상이 감지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제어해 음주운전 시도 자체를 막는 게 목표다. 그런데 이 장치의 의무화에 먼저 앞장선 기업이, 역설적이게도 주류 판매 기업인 오비맥주다.
오비맥주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 시행을 앞둔 10월 11일 '데려가지 못한 이유'라는 영상 광고를 공개하며 새 제도가 잘 자리 잡기를 응원했다. 영상은 '한 잔인데 괜찮겠지'라며 술을 마시고 차량에 탄 운전자가 방지장치에 걸려 시동을 걸지 못하고 차를 떠나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저승사자가 "아, 데려가야 하는데"라며 당황하는 내용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영상을 통해 음주운전은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범죄임을 알고 모두가 음주운전은 꿈도 꾸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의무화 이전인 2022년부터 이 장치를 시범 운영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같은 해 6월 경기 이천시 오비맥주 이천공장에서 전국으로 맥주를 배송하는 화물차 20대에 장치를 달았다. 9월에는 오비맥주 임직원 차량에도 장치를 설치해 3개월 동안 운영했다. 두 차례 시범 운영 종료 후 참가자의 95%가 음주운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답했고 90%는 다음 날 새벽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 전날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등 올바른 음주 습관을 갖게 되는 데 장치가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2023년엔 시범 운영 대상을 일반 국민으로 넓혀 더 힘을 실었다.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는 다섯 명을 포함해 총 스무 명을 음주운전 방지장치 국민체험단으로 뽑아 6월부터 석달 동안 시범 운영을 실시한 것. 3차 시범사업 참가자들 90% 이상이 방지장치가 본인의 음주운전 예방과 음주습관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숙취로 인한 알코올도 감지돼 음주 후 다음 날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숙취 운전까지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 음주운전 재범자 차량에 음주운전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020년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계류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오비맥주의 시범사업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고 방지장치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도 이끌어 냈다. 모니터링과 설문 결과 또한 정부 기관에 연구 자료로 제공돼 방지장치 의무화 법안이 만들어지는 데 큰 힘이 됐다. 이렇게 마련된 법안은 2023년 10월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시범사업은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오비맥주와 도로교통공단의 음주운전 방지장치 시범사업이 올해 2월 국제도로연맹(IRF)의 파인드 어 웨이(Find a way) 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 연맹은 1948년 창립된 도로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로 해마다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정책 개선에 노력한 기관을 뽑아 해당 상을 주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9월 열린 유엔총회에 초청받아 유엔훈련조사연구소(UNITAR) 회의장에서 시범 캠페인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방지장치 의무화 시행이 확정된 후에도 오비맥주의 캠페인은 이어지고 있다. 9월 말 소비자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심리테스트 '유혹 방지! 철벽 능력고사'를 공개했다. 10월 초엔 도로교통공단과 SRT 운영사 SR과 손잡고 유동 인구가 많은 SRT 수서역에서 '음주운전 제로 캠페인'을 펼쳤다. 이 행사에선 관람객이 인포그래픽과 퀴즈를 통해 음주운전 실태와 의무화 제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실제 방지장치 기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오비맥주는 매년 휴가철과 연말, 명절 연휴 등 교통량 증가 시기마다 다양한 형태로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미성년자 음주 예방도 강조한다. 2023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기를 전후해 미성년자가 주류를 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분증을 철저히 확인하자는 뜻으로 '귀하신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오비맥주의 음주 문화 개선 캠페인의 밑바탕에는 글로벌 본사 AB인베브 정책이 깔려 있다. 오비맥주를 포함한 전 세계 AB인베브 산하 기업들은 매년 주류 브랜드 광고 집행 금액의 3%를 반드시 '스마트 드링킹' 활동에 써야 한다. 스마트 드링킹이란 음주운전과 미성년자 음주, 폭음 등 무분별한 음주를 줄이고 건전한 음주 문화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뜻한다. AB인베브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스마트 드링킹 활동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고 책임 있는 음주 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시범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어 기쁘다"며 "의무화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책임 있는 음주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게 앞으로도 힘써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