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손본다. 외부 전문가 논의를 통해 매년 노동계와 경영계의 극심한 갈등이 반복되는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제도의 개편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양대 노총은 "일방적 제도 개편"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노정 갈등이 예상된다.
8일 고용노동부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발족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최저임금위 전현직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됐다. 최저임금위원장을 지낸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명숙 전남대 경영학과 교수 △전인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정진호 동인정책연구소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연구위원 선정은 최저임금 심의 참여 경험과 법·경제·경영 등 분야별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연구회는 향후 두 달 동안 매주 한 차례 회의를 개최한다. 노사 의견 수렴과 현장 방문, 공개 세미나와 토론회를 진행한 뒤 내년 초 결과물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구회는 최저임금위 구성과 운영 방식, 최저임금 결정구조 등 제도 전체를 폭넓게 논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구회 활동을 지원하고 논의 결과를 토대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날 발족식에서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 37년째지만 제도 운영 모습은 1988년과 다르지 않다"며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는 합리적 기준과 대화를 통해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을 찾기보다는 소모적인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며 현행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대규모 임금교섭'에 빗대기도 했다.
현재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매년 3월 말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하면 최저임금위에서 90일간 논의한다. 최저임금위 위원은 총 27명으로 공익위원,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각각 9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정작 최저임금 결정은 공익위원 표결 결과에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경영계(사용자위원)와 노동계(근로자위원)가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고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탓이다. 소모적 대립이 길어지면서 최저임금위가 법정 심의기간을 지킨 경우는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래 9차례뿐이었다.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움직임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연구회를 향후 2개월간 집중 운영해 최종 결과물을 내겠다는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연내 성과'를 다그친 결과"라며 "(노동계가 빠진) 연구 결과는 휴지장에 불과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도 "연구회에 소속된 몇몇 위원은 과거 자의적 산식을 통해 물가인상률보다도 낮은 최저임금 저율 인상 결정을 주도했다"며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과 취지가 퇴색되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