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트럼프 IRA·칩스법 폐기할 것...우리 기업 유연한 전략 필요"

입력
2024.11.0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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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트럼프 2.0 경제정책 전망·시사점'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보조금 직격타
보편관세·이민정책, 대미 수출에 악영향
"대미투자 효과 부각...대중 견제는 기회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와 과학법(칩스법)이 기로에 놓였다.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7일 '미국 트럼프 2.0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을 내고 "IRA 폐기 위험 등 정책 방향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IRA는 폐기를 주장하고, 칩스법 내 보조금 필요성은 평가절하해왔다. 관세 부과와 법인세 인하면 충분히 미국 내 제조업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 전지 관련 기업, 한화큐셀 등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맞춰 현지 투자에 나섰는데, 트럼프 2기에서 폐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KIEP는 "재생에너지 보조금 폐지는 수혜를 받고 있는 공화당 강세 주 의원들 설득이 필요해 어려울 수 있으나, 친환경차 보조금 폐지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돼 비교적 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 전망도 어두워졌다는 진단이다. 수입품에 대한 전면 관세 부과와 이민자 추방 정책은 미국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 소비둔화로 이어진다는 이유다. 캐나다 투자은행 TD시큐리티스는 10% 보편관세 부과 시 미국 물가가 0.6~0.9%포인트 상승하고, 이민정책과 결합되면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 낮출 것으로 봤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미 투자실적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중국 견제 조치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KIEP는 조언했다. KIEP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 탈피를 위해서도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대미투자가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등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시장에서 최대한 중국의 재화 수입을 차단한다는 것이 방침이라고 지적하면서 "그간 중국이 압도적인 지위를 누렸던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새롭게 발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