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우기' 예고한 트럼프, 이민자 추방·관세 확대 '드라이브' 걸 듯

입력
2024.11.07 19:30
바이든 역점 정책 IRA법 폐기 시사
보호무역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 속도

4년 만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바이든표 정책 지우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기 때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반(反)이민과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의 연설을 분석, 그가 백악관 복귀 첫날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정책만 41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 친환경 자동차 의무 폐기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앞서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작성한 ‘프로젝트 2025’ 등을 통해 재집권 청사진도 마련해놨다.

“취임 첫날, 불법이민자 추방 작전 벌일 것”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뚜렷한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이민정책이다. 불법 이민자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이끈 핵심 의제다. 그는 선거운동 내내 “임기 첫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추방 작전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불법체류 이민자 문제 해결책으로 가장 손쉬운 ‘추방’을 택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부 국경을 개방하는 바람에 불법 이민자가 폭증했고 살인 전과자가 1만4,000명 가까이 미국에 유입돼 강력 범죄가 증가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1798년 제정돼 사실상 사문화된 ‘적성국 국민법’을 거론했다. 그는 이 법을 근거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이민자 범죄 조직을 해체 또는 추방하고 이들이 다시 미국에 올 경우 징역 10년형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민자에 대한 ‘사상 심사’제도 도입, 출생시민권 제도 폐지, 특정 무슬림 국가 출신 입국 금지나 제한도 예고했다. 일각에선 불법 이민자 추방에 협조하지 않은 주(州)에 연방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정책도 거론되고 있다.

“관세는 아름다운 단어”… 모든 수입품에 최저 10%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지난달 15일 시카고 연설)라고 강조한 트럼프 당선자는 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관세로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는 동시에,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대규모 감세로 인한 세수부족분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후보 시절 동맹국을 포함, 모든 수입품에 최저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에는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 최혜국 무역 지위를 박탈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 고율 관세 부과는 추후 한국을 비롯해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들로 대상이 확대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그간 해외에 빼앗긴 일자리와 무역 수익을 돌려받겠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된 '반도체·과학법'(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 지원)에 대해서도 “정말 나쁘다”며 반도체법을 폐기하는 대신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해외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표 IRA’ 폐기하고 화석연료 확대

에너지 정책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트럼프 당선자는 먼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업적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신종 녹색사기로 규정, 즉각 폐기하고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회귀하겠다고 공언했다. IRA에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등의 친환경 정책이 담겨 있다.

또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키스톤XL 송유관 프로젝트를 재개하고 알래스카의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석유 시추를 재승인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두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동이 걸렸던 현안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특히 “석유 시추 정책 시행을 위해 취임 첫날에만 독재자가 되겠다”고 밝히는 등 강행 의지를 보였다.

다만 공화당 소속 주지사나 트럼프에 우호적인 기업들이 혜택을 보는 IRA 전면 폐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이럴 경우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전기차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 수도 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