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산업과 통상 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특히 조선, 건설 산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자동차와 이차전지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정KPMG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반도체, 자동차 및 이차전지, 에너지, 조선, 건설, 농식품, 방위, 인공지능(AI) 등 산업별 트럼프 2기 정부 집권 후 국내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1기 집권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의 일방주의와 친유대주의, 비(非)개입주의를 강화하며 동맹국 방위비 부담금 증액 등을 강조해 왔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도 미국 노동자 보호와 무역 적자 해소를 목표로 보편관세 부과, 양자 간 무역협정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중국에 관세 60% 부과를 포함한 보호무역 조치 확대와 함께 전면적 디커플링 전략(De-Coupling) 등 강력한 통상 대응을 예고했다. 친환경·에너지 관련 규제 완화와 저가 에너지 정책으로 제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추구하며 법인세 추가 인하 계획도 밝혔다.
삼정KPMG는 이런 기조에서 국내 산업 중 청신호가 켜질 업종으로 조선과 건설업을 꼽았다. ①조선업은 화석연료 중심 정책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수요가 늘어 에너지 운반선 건조에서 강점을 보이는 우리나라가 혜택을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이날 아침 트럼프 당선자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 건조 군함과 선박의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선박 수출뿐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업 관련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KPMG는 방산 사업에 대해서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위기와 기회가 모두 있다고 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축소, 중동 국가 수출 통제 완화로 인한 미국산 방산 수출 증가로 국내 방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지만, 미국의 비개입주의가 각국의 자주국방 강화로 이어져 방산 수출 기회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꼽은 유망 업종은 ②건설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꾸준히 언급해 집권 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한국 건설사의 해외 사업 기회도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타격을 입을 업종으로는 자동차∙이차전지 산업을 꼽았다. ③완성차 수출 관세 인상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축소 등 영향으로 미국으로 자동차 수출이 직접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이다. 특히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조항도 변경이 일어난다면 한국 자동차 및 이차전지 기업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관심이 큰 ④반도체 산업은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기업이 불황만큼이나 싫어하는 상황이다. 먼저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며 대중국 규제는 물론 반도체 전후방 산업의 규제도 커질 것으로 봤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는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비판적 입장을 밝혀 법안 수정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산업에 악재가 될 지점인데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높아져 한국 업체에는 일부 반사이익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⑤에너지 산업에선 미국이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고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 등 친환경 정책을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기업의 관련 부담이 완화되는 반면 에너지 전환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봤다. ⑥농식품 산업에서는 관세 부과로 한국산 수출 식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반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바이오 연료의 주재료인 곡물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⑦AI 산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AI 산업 성장 지원을 확대하고 이를 저해할 수 있는 규제는 완화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