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기자회견을 지켜본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께서 더는 윤 대통령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친윤석열(친윤)계를 중심으로 "진솔한 사과가 이뤄졌다"고 감쌌지만, 친한동훈(친한)계에서는 마뜩잖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할 능력과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공사를 구분할 능력도, 의지도 전혀 없고 헌법과 법률을 수호할 능력과 의지도 없다는 사실을 내내 확인시키는 대국민 담화였다"고 혹평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140분간의 대국민 담화와 회견은 알맹이 없는 사과와 구질구질한 변명, 구제 불능의 오만과 독선으로 넘쳐났다"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기와 독선 앞에 절망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 성패의 최소 조건으로 내걸었던 '특검 수용' 거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검이 헌법에 반한다는 황당무계한 주장까지 했는데, 그렇다면 왜 정작 자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특검에 참여했나"라고 되물으면서 "'김건희 특검'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더욱 키울 전망이다. 민주당 의원 전원은 이날 저녁 국회 본청에서 윤 대통령 규탄 대회를 진행했고, 민주당을 포함한 야6당 원내대표는 저녁 회동을 갖고 향후 정국 해법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 통화 녹취록의 추가 공개도 예고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 육성 녹취를 제보한 분이 갖고 있는 파일만 최소 수백 개"라며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입증할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녹취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2022년 5월쯤 지인에게 윤 대통령 통화 녹취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을 언급하며 추가로 설명해주는 녹취도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기류는 복잡했다. 친윤계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게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겸허히 사과했다"며 "대통령 기자회견을 계기로 우리 국회도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진솔한 담화와 회견이었다. 여러 차례의 겸허한 사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김 여사 특검법 반대를 두고 이견도 감지됐다. 조해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특검 자체가 위헌이어서 제도 자체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 여야가 합의해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특검을 추천하면 받을 수 있다고 말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을 향한 5개의 요구사항이 속 시원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한동훈 대표는 이날 별도의 반응을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친한계 성향의 한 당직자는 "윤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이 민심과 거리가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한 대표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