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동맹’ 사라진 대미 통상·안보, 원칙 있는 대응이 중요

입력
2024.11.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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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통화했다. 당선 축하 덕담과 감사 인사가 오간 의례적 대화였지만, 양국 정상이 의중을 내비치는 대목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 능력 증강과 미사일 도발, 오물풍선 등 안보 긴장 상황을 공유했고,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의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구체적 제안을 내놓았다.

바이든 민주당 정부 외교가 중시하던 ‘가치동맹’이 퇴조하고, ‘미국 우선’ 대외 정책이 돌아왔다는 신호였다. 이는 이날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개인적 유대를 중시하고 북한 김정은은 잘 아는 반면 윤 대통령은 잘 모른다. 검사를 좋아하지 않고, 동맹에 회의적이다. 양국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은 향후 한미 관계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다수의 우려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트럼프 진영 주요 인사들과의 친분을 열거하며 “트럼프 당선자와 케미가 맞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2기를 맞아,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말고도 통상 분야에서도 만만찮은 리스크가 예상되는 만큼 막연한 낙관에 머물면 안 된다. 자칭 ‘관세맨’(tariff man)인 트럼프 당선자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중국산에는 60% 관세를 부여하고 중국산 자동차는 수입 금지까지 할 태세다. 향후 대미 수출도 줄겠지만, 중간재 수출이 많은 국내 산업구조상 미국이 시작한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 교역이 줄어들면 수출은 최대 449억 달러(약 62조 원) 감소할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트럼프 당선자와의 개인적 신뢰 구축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보는 그의 시각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교역·안보 협력이 한국 일방의 혜택이 아니라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분명한 논거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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