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가족의 금요일 응급상황

입력
2024.11.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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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열이 40도야." 지난 금요일,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하반신 마비인 아이는 환절기에 가끔 고열이 난다. 호흡기 증상이 없었기에, 어디에 염증이 났는지 찾아야 했다. 전공의들이 대거 사임하며 말 그대로 의사가 없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 눈앞이 캄캄했다. 주변 1차병원에 갔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과 밤에도 의사가 봐줄 수 있도록 응급실에 가야 했다. 119를 불렀지만, 119는 주변 2차병원에 전화하더니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으니 다니던 3차 병원에 가보라. 1시간 이내 지역밖에 이송 못 해드린다"며 떠났다. 휠체어 타는 아이라 일반 택시는 탈 수가 없었다. 장애인 콜택시는 부르면 몇 시간이 걸릴지 몰랐다. 결국 내 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아는 2차병원에 모조리 전화를 돌렸다.

"응급실에 의사가 없어요. 오지 마세요."

"그 과는 우리 병원에 없어요. 오지 마세요."

"외래 오늘 끝났어요. 진료 못 해요."

간신히 한 병원의 토요일 외래 진료를 잡았지만 걱정이 됐다. '오늘 밤은 어떡하지? 40도 넘는 열을 집에서 어떻게 잡지?' SNS에 글을 올렸다. "입원 가능한 병원 아는 분 있으세요?" 한 병원 지인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이었지만 1차병원 진단서와 진료의뢰서로 간단한 외래진료와 응급처치 후 입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우선 자차로 이동이 가능했다. 휠체어 이용자는 일반 택시를 타기 어렵다. 자차가 없는 장애인들도 많다. 그나마 우리는 금요일 오후 일찍 1차병원 진료를 받았기에 금요일 저녁에 입원이 가능했다.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아팠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무엇보다 주변에 수소문할 수 있는 정보 네트워크가 있었고, 정보를 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병원에서 처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누구나 우리 가족처럼 운이 좋지는 않다. 3차병원에 경증 환자까지 몰리던 기존 시스템이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의료대란 이후 확실히 응급실 의사가 줄면서 다급할 때 응급실 가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동이 불편한 기저질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응급상황 전 미리 알아 두어야 할 정보를 정리해본다.

첫째, 평소 주변 1차병원에 주치의를 두고 필요한 경우 진료의뢰서를 빠르게 써 줄 수 있도록 알아 두자. 기저질환자나 장애인들은 3차병원에 주치의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응급실 의사가 모자란 상황에선 3차병원은 웬만한 응급상황이 아니면 가기 어렵다. 가정의학과면 더 좋다.

둘째, 집 근처나 사무실 근처의 2차병원 목록과 관련 의사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 놓자. 금요일, 토요일 진료가 있는 병원들을 미리 파악하고 주말에 아픈 경우 그곳에 가장 먼저 연락한다. 셋째, 급한 경우 119로 갈 수 있는 곳은 서울의 경우 1시간 이내 거리다. 일반 택시를 탈 수 없는 휠체어 이용자 등은 이동도 미리 고려해야 한다.

전 국민 의료보험을 통해 언제든 응급실에서 필요한 처치를 받을 수 있던 시대는 이제 간 것 같다. 서글프게도 정보가 없으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아픈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정보부터 챙기자. 마지막으로 의료정책은 나와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홍윤희 장애인이동권증진 콘텐츠제작 협동조합 '무의'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