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율 1%대 중반"… 왜 생산만큼 소비는 안 늘까

입력
2024.11.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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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1% 늘 때 민간소비는 0.74% 증가 그쳐
빠른 물가 상승, 정부소비 확대에 부진 심화
"내년은 1%대 후반"…금리인하 등에 다소 완화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우리 경제의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율 추세가 1% 중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민간소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소득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 기술 발전을 통한 수출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복지 등 정부소비 확대는 신중히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의 요인과 시사점' 현안 분석 자료를 발표하며 "민간소비는 경제성장률 하락과 함께 증가세가 지속 둔화되고 있는데, 실질민간소비의 증가율은 1%대 중반이 추세적"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7~2019년 평균 민간소비 증가율(2.8%) 대비 반토막이다.

KDI는 성장률이 하락 추세이지만 분명 국내총생산(GDP)이 늘고 있음에도 민간소비 증가율은 그만큼 오르지 못하는 점에 주목했다. 2001년 5% 중반이던 잠재성장률은 최근 2% 수준으로 꾸준히 떨어져왔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분석한 결과, 실질GDP가 1% 증가할 때 실질민간소비는 0.74% 증가하는 경향성을 나타냈다.

GDP 성장만큼 민간소비가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로는 물가가 꼽힌다. 2001~2023년 빠르게 오른 물가상승률은 민간소비 증가율을 GDP 증가율보다 평균 0.4%포인트씩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GDP가 올라도 그보다 가파르게 뛰는 물가에 소비를 줄이게 된 것이란 뜻이다.

민간소비가 줄었음에도 GDP 대비 전체 소비 비중은 일정하게 유지돼왔는데, 이는 정부소비 때문이다. KDI는 정부소비가 소득으로 들어가 민간소비를 단기적으로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지만, 세금과 뗄 수 없는 관계라 결국 국민 부담이 된다고 짚었다. 예컨대 2000년 대비 2022년 늘어난 보건 부문 정부소비는 건강보험료 지출 증가로 이어져 민간소비 제약 요인이 됐다.

결국 성장률이 떨어지면 민간소비 증가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빠르게 오르는 물가와 늘어난 정부소비는 민간소비 부진을 심화시켰다는 취지다. 이렇게 줄어든 민간소비 증가율은 1% 중반대에 수렴할 것으로 봤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1%대 중반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민간소비가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낮으면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금리인하, 수출 개선 효과에 따라 1%대 후반으로 예상했다. KDI가 제시한 중장기 추세적 증가율보단 높은 수준이라 민간소비 부진이 조금 완화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8월 KDI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1.8%로 전망한 바 있다. KDI는 현재 2% 안팎인 잠재성장률도 2025~2030년은 1%대 중후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준형 동향총괄은 "민간소비 원천이 소득이기에 생산성 개선 등 구조개혁으로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완충해야 한다"며 "정부소비 확대엔 신중하고 지출 효율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관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 발전에 기초해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키울 것을 강조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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