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협상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최근 폭력 사태까지 발생한 HD현대중공업 노사가 기본급 12만9,000원 인상을 골자로 한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전날 울산 본사에서 열린 30차 교섭 잠정합의안에는 호봉승급분(3만5,000원)을 포함한 기본급 12만9,000원 인상, 격려금 450만 원(상품권 50만 원 포함) 지급, 설·추석 귀향비 각 20만 원 인상(50만 원→70만 원) 등을 담았다. 성과금은 기존 기준에 따라 지급하고, 추후 노사 협의를 통해 지급 기준 변경도 논의하기로 했다. 잠정합의안 기준 실제 연간 인상 총액은 1인당 1,680만 원선으로 추정된다.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내놓은 건 지난 6월 4일 첫 상견례 이후 155일 만이다. 8일 조합원 전체 찬반투표에서 과반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하면 올해 임단협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 규모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노조는 조선업 호황기인 점을 고려해 지난해(12만7,000원)보다 기본급 인상 폭이 커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기본급보다 성과금이나 격려금 규모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지난 8월 28일 첫 부분 파업에 돌입한 이후 총 24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파업 현장에선 천막 설치나 건물 진입 등을 두고 노사가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하고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건 이 같은 갈등이 심화하면 모처럼 찾아온 조선 호황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 노사가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선 ‘빅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중 삼성중공업(9월), 한화오션(10월)이 올해 단체교섭을 각각 마무리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지난해보다 기본급 인상 폭이 큰 것은 물론 삼성중공업(기본급 12만1,526원 인상, 격려금 300만 원)이나 한화오션(기본급 11만7,404원 인상, 격려금 370만 원) 등 동종 업계 대비 최고 수준의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더 이상 교섭이 지연돼 해를 넘기면 안 된다는 데 노사가 의견을 같이했다”며 “회사가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마련한 만큼 조합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