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은 11·5 대선 승패를 좌우한 경합주(州) 7곳(선거인단 93명)을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확실시됐다.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 우세했던 ‘선벨트’(일조량 많은 남부지역) 4개 주는 물론 민주당 강세 지역인 ‘블루월’(파란 장벽·파랑은 민주당 상징색)에서도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따돌리며 웃었다. ‘블루월 승자가 백악관 주인이 된다’는 미 대선의 공식은 이번에도 증명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6일 오전 7시(한국시간 6일 오후 9시) 현재 트럼프는 경합주 7곳(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미시간·애리조나·위스콘신·조지아·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를 사실상 확정했거나, 앞서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하곤 4년 전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했던 지역들이다.
이날 승리는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배정돼 최대 승부처로 꼽힌 펜실베이니아에서의 선전(트럼프 50.8%·해리스 48.3%)이 결정적이었다.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과 함께 블루월로 묶이는 펜실베이니아는 민주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데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길 당시에도 4만4,000여 표차 신승(辛勝)을 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여유 있게 승리했다.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였던 '선벨트'(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4개 주도 모두 지켜냈다. 특히 네바다(트럼프 51.5%·46.8%)는 대통령에 당선됐던 2016년 대선에서 유일하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패했던 지역인데 이번에는 전세가 트럼프에게 기울었다.
본투표 전만 해도 총 선거인단 538명(매직넘버 270명) 가운데 해리스(226명)보다 적은 219명을 확보했던 트럼프의 유력한 승리 공식은 선벨트 4개 주(49명)를 모두 석권하고 블루월에서 최소 1곳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북동·중서부 쇠락한 공업 지역 ‘러스트벨트’로도 불리는 블루월은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본산으로 노동자 비율이 높아 원래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노동자 표심을 잡아 블루월 3개 주에서 모두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경합주로 분류됐고 4년 전 대선에선 다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블루월 승리는 '백악관 입성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앞선 2008년, 2012년 대선에서 블루월 3개 주의 승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이에 해리스는 블루월(선거인단 44명) 사수로 매직넘버(270명)를 확보해 승리하는 전략을 세웠고 트럼프는 반대로 이 장벽을 한 곳이라도 무너뜨려 이를 저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만큼 트럼프에게 블루월 승리는 값지고 해리스 입장에선 뼈아프다.
블루월이 흔들린 원인으로는 노동자 표심 이탈이 꼽힌다. 4년 전 민주당을 지지했던 미국 최대 운송 노조인 팀스터스를 비롯, 일부 노조가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고 바이든 행정부 집권기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이른바 ‘민주당 심판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퀴니피액대가 지난달 3~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미시간과 위스콘신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에서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8~9%포인트 이상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