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70대입니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자식에게 미리 재산을 증여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많은 재산을 증여하면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된다는 소리를 들었고, 인터넷 검색으로 증여세 세율표도 확인했습니다. 전문가 상담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계산을 해봤습니다. 세율표에 따르면 5억 원 증여 시 세율은 20%에 달하지만, 1억 원을 증여하면 10%만 적용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총 5억 원을 다섯 번에 걸쳐 증여할 경우 단번에 증여하는 것보다 유리할까요?
A: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5억 원을 단번에 증여할 경우의 세금을(5억 원 X 20% - 누진공제 1,000만 원) 9,000만 원으로, 1억 원씩 나눠 5번을 증여할 때의 세금(1억 원 X 10% X 5회)을 5,000만 원으로 계산하신 것 같습니다. 전문가와 상의를 하지 않고 증여세 관련 규정을 잘못 적용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절세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10년 이내 기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뤄진 증여는 모두 합산 과세하기 때문에, 9,000만 원과 5,000만 원 차액에 대해 별도의 증여세 납부 고지서가 자녀 앞으로 발송될 것입니다.
분산증여의 핵심은 수증자 분산
증여세는 증여 금액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10%~50%)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흔히 누진과세 방식이라고 한다. 단순히 액수가 많아지면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에 착안, 일부에서는 증여세 절세 방안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분산 증여'를 이용하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위 사례처럼 한 사람에게 여러 차례 나눠 증여하는 건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 1인에 대한 증여세 계산에서는,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동일인에게 증여받은 재산을 모두 합산해 계산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모가 자식에게 10년 내 1억 원씩 나누어 다섯 번 증여해도, 결국 합산되어 5억 원을 한 번에 증여한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절세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분산 증여'는 증여 금액의 분산이 아니다. 수증자(증여받는 사람)를 여러 명으로 만드는 것, 즉 증여 대상의 분산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증여세는 여러 명에게 금액을 나누어 주면, 수증자 한 명당 과세표준이 줄어들어 세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한 명한테 몰아서 주는 것보다 여러 명에게 분산하면 세금이 줄어든다.
예컨대 결혼한 자녀 한 명에게 2억 원을 증여하는 것보다는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사위 또는 며느리)에게 각각 1억 원씩 증여하면, 약 600만 원가량의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지난 주 이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녀의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에 따르는 복잡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것임을 밝혀둔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가 상속증여세 과세 방식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부모님들이 자녀에 대한 증여 결정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할 것을 권유한다.
직계존속 증여자는 배우자도 동일인
상황에 따라 다소 복잡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증여세는 수증자별로 증여받은 재산 크기에 따라 10~50%의 세율로 과세하는 세금이다. 또 10년 이내 같은 사람에게 1,000만 원 이상 증여받은 사실이 있다면, 10년간 이뤄진 증여액 전체를 합산한 뒤 그에 따른 세율을 적용해 세금이 결정된다. 물론 이 경우 10년 내 이뤄진 증여에 따라 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세액공제로 차감한다.
증여자가 직계존속이라면, 증여자의 배우자도 수증자 편에서는 동일인으로 간주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쉽게 말해 증여 때 동일인으로 보는 경우(수증자 기준)는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다. 단, 장인과 장모는 동일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까지 기억해두면 최선의 절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