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취임한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은 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그림을 그려 가며 고심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등급 심의를 맡으면서 항상 게임 생태계 내부와 외부 시선의 격차가 있다고 느꼈다"면서 "중간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지만 게임 생태계의 중심과 의견을 맞출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진단대로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이용자가 게임위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게이머들은 게임물 유통 사전 혹은 사후 이용 연령을 규정하는 게임위의 심의 결과에 불만이 많았다. 최근엔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 유통망 '스팀' 등에서 성인 게임 유통을 막은 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튜버 김성회씨와 게임이용자협회는 10월 게임산업진흥법상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이 때문에 서 위원장은 임기 3년 동안 처리해야 할 주요 업무 과제로 소통·신뢰·변화 세 가지를 꼽았다. ①소통을 위해서는 1년에 두 차례 게임 관련 민간 단체와 만나고 일반 이용자도 참여할 수 있는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연다고 밝혔다. ②게임위의 주요 역할인 등급 분류 제도도 보완한다. 게임위원의 등급 분류 결정에 앞서 사전에 이용자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절차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③법 개정이 우선돼야 하지만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인 사행성 제외 등급 분류 업무의 민간 이양을 염두에 두고 사전 정지 작업도 병행한다.
서 위원장은 특히 게임 생태계에서 이용자의 목소리가 훨씬 더 커졌다는 점을 달라진 점으로 꼽으며 "신뢰가 단번에 회복될 수 없겠지만 과제를 하나하나 이행하다 보면 긍정적 반응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삼성전자·한국콘텐츠진흥원·가천대 게임대학원 등 산·학·관을 두루 거치며 30년 이상 게임업계에 몸담았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를 초창기부터 기획했고 게임위원장을 맡기 직전까지는 부산인디커넥트(BIC) 조직위원장으로 일했다. 그는 "일생 동안 게임 진흥만 맡아 왔는데 이제는 규제 기관을 책임지게 됐다"며 부담감을 토로하면서도 "주어진 역할을 최대한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