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날 살려준 이유 있었다"... 트럼프 대선 승리 연설에 맏딸 이방카 등 가족 총출동

입력
2024.11.06 17:42
[트럼프 2기 시대]
"47대 대통령 당선 영광" 승리 선언 연설
두문불출 이방카 부부도 무대 올라 축하
"선거 사기"... 패배 시 불복 여지 두기도
일부 매체 캠프 출입 금지 '언론 길들이기'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영광"이라며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5일 개표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선거 불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자락을 깔았지만 개표 결과 무난히 앞서간 뒤에는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는 이유가 있었다"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2시 30분쯤 선거 본부가 있는 플로리다주(州)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 무대에 올라 "제45대,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며 승리 연설을 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차녀 티파니, 막내 아들 배런 등 가족들도 대거 무대에 올랐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맏딸 이방카와 맏사위 제러드 쿠슈너도 함께 무대 위에서 트럼프를 축하했다. 일찌감치 현장에 모였던 트럼프 지지자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부통령 후보인 JD밴스 상원의원 부부와 캠프 참모들도 함께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우리나라가 치유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의 분열을 뒤로 하고 단결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 AP통신은 "오랜 분열의 원천이던 트럼프가 승리 연설에서 단결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대선 승리, 신이 목숨 살려준 이유"

트럼프는 지난 7월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해 겨우 목숨을 건졌던 일도 언급했다. 지지자들을 향해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는 이유가 있다"며 "미국을 구하고 미국을 위대하게 회복하자는 게 바로 그 이유인 만큼, 우리는 그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엔 패배할 경우 '불복'을 암시하는 발언도 했다. 전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필라델피아에서 대규모 선거 사기(CHEATING)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며 "법 집행기관이 오고 있다"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필라델피아는 대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최대 도시다. 7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가 선거운동 마지막까지 전력을 쏟은 곳이다.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에 대해 미 연방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현지에선 트럼프의 이런 주장을 대선 패배 시 불복을 위한 밑자락 깔기용으로 봤다. 해리스에게 질 경우 선거 불복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의 제기에 도움이 될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 당일인 5일 웨스트팜비치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패배할 경우 승복할 것이냐고 묻는 취재진에 "만약 공정한 선거라면 승복하겠다"는 조건부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패배했던 2020년 대선을 가리켜 "2016년보다 훨씬 더 잘했다"며 당시 자신이 이겼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이 거짓말을 포함해 "15분 만에 무려 15개에 달하는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격전지에서 승기를 잡자 돌변했다. 특히 7대 경합주에 속하는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잇따라 앞서자 당선이 확정되기 전인 6일 새벽 지지자 앞에 나서 승리를 선언했다.


친트럼프 폭스 비난 "부끄러워해라"


트럼프의 언론 길들이기가 본격화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웨스트팜비치의 선거 캠프 본부에서 예정된 선거의 밤 행사에 특정 매체 기자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비롯해,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 퍽(Puck), VOA(미국의 소리), 마더 존스 등이 출입 불가 매체에 포함됐다고 한다.

폴리티코의 경우 최근 트럼프 캠프가 백인 우월주의자로 알려진 직원을 해고했다는 기사를 보도한 일이 트럼프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CNN은 전했다. 온라인 매체 퍽은 대선을 앞두고 최근 트럼프 캠프 내 '불안'에 대한 보도를 트럼프 측이 문제 삼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친(親)트럼프 성향의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를 향한 불만도 쏟아냈다. 이날 트럼프는 폭스뉴스가 해리스를 지지해 온 유명인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 장면을 내보낸 것을 두고 "오프라가 폭스에서 발언하는 걸 50번쯤 봤다. 폭스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모두가 폭스를 친트럼프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아름 기자
김나연 기자